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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사우디 왕국과 권력

입력
2016.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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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있었던 걸프협력회의(GCC)에 앞서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화해한 듯하다. 오랜 시간 조성된 양국의 관계 경직이 얼마나 껄끄러웠는지 생각해보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는 실용적인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에 기반한다. 이 방식의 목적은 상호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고, 상호이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이 세계 경제에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점차 한물간 방식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시대에는 공동의 가치를 접어두고 실용주의만 추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이런 배경에 비춰볼 때 양국 관계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사우디를 미국 외교 정책의 ‘무임승차국’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말을 꼭 대놓고 말해야 했는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과연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사실인지 논쟁이 일었다(사우디는 미국에게 엄청난 규모의 무기를 구매한다). 정치에서나 삶에서나 한 사람이 믿고 있는 것을 굳이 모두가 공유할 필요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숙적 이란과 함께 중동을 “공유”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 왕국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을 공공연히 비난해왔다. 그는 “국가가 나라의 인구 절반을 억압하면 현대사회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토론할 때 미국 고위 공무원들은 얌전히 있다. 그들은 테러와 어디서 어떻게 싸울지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 차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전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동맹국이 정확히 어디에서 나치 독일을 공격할지에 대해 충돌했던 것과 비슷했다.

실제로 사우디와 미국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사우디 왕국 내부의 사고방식과 정책 때문에 여러 가지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수니파 급진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접근법, 그리고 더 넓게는 아랍 세계 전역의 수니파 급진주의에 대한 접근법을 생각해보자.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를 해외에 퍼트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사우디가 그런 일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급진파들이 다른 곳에서 테러리스트 행위를 하는 걸 부추기긴 했다. 이 급진파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브주의(이슬람 복고주의)의 자연발생적 부산물이다. 급진파들이 움직이면 이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자금을 대는 사우디의 돈도 따라 움직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급진파들에게 가는 자금의 흐름을 추적했고, 그 결과 이라크 서부를 포함한 중동 전 지역에서 이들 조직을 약화시켰다. 양측의 노력은 얼마간 성과를 올렸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2007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에서 승리한 걸 자축하는 대신 자금 흐름에 초점을 맞춘 작전의 성공을 자랑했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금이 흘러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는 노력이 불행히도 2011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1년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이 이른바 ‘아랍의 봄’(이 명칭은 좀 덜 생기발랄한 느낌이 들고, 좀더 정확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이라 불리는 불길에 휩싸이고 있던 때였다. 뒤따른 대혼란은 급진적 수니파의 확산에 불을 지폈다. 사우디의 태만이 확실히 부분적으로 원인 제공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주변에 주의를 기울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사우디 내부는 유가가 연일 바닥을 치는 등 여러 문제들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게다가 왕위 계승 절차로 갈등을 겪고 있다. 공격적이고 재능은 있지만 딱히 인기가 높지는 않은 30세의 아들이 손에 넣은 권력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살만 국왕 때문에 왕족 내에 많은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라크가 사우디 왕국에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라크는 시아파가 정치적 힘을 공고히 다질 수 있는 전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에서 시아파의 성장이 사우디 동부지역의 정치적 불안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우디 내 시아파 주민이 대다수인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사우디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라크 정부가 이란과의 유대를 강화한다면 사우디의 안정은 크게 위협 받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겐 IS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우선 순위가 있다. 사우디가 IS와의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사실 지식인이 아니라도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은 IS를 잠재적으로 자국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야만적 단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은 IS가 폭력적인 활동을 계속하도록 기꺼이 허용한다. 결국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미국 샌버나디노의 모든 참사에서 IS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시아파였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화해했으나 구체적인 여러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양국 관계에 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 말이다. 이런 대화는 중동 전역에서 수니파 급진주의가 떠오르고 있는 것에 와하브주의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난 뒤 시작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책임 전가를 더 이상 허용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사우디는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가 수니파 사회를 아우르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왕족뿐만이 아니다. 모든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이 책임감을 갖고 국경 안팎에서 급진주의를 억누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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