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경기 남양주갑)가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지난 2월 더민주 입당 당시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야당 입당’으로 정치권을 놀라게 했던 그가 다시 주요 뉴스 아이템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뉴스의 시작은 조 당선자 자신이 아닌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였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원내 1당인 된 더민주의 새 원내대표에 당선된 그와 인터뷰 한 언론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 조 당선자와 대화해 보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는 기사를 내보내면서부터 소동이 벌어진 것인데요. 기사가 나가자 우 원내대표가 조응천, 김병기 두 당선자를 ‘쌍두마차’로 박근혜 정부와 제대로 한 판 전쟁을 벌이겠다는 선전 포고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파장은 더 커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자 관심은 다시 도대체 조 비서관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에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2월 더민주에 입당 당시 그의 입에 관심이 쏠렸던 그 때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가 이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으니 겉은 비슷해 보여도 속에서는 폭탄 하나가 터질 지 모른다는 예상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현 정부 첫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첩보 수집과 감독 등 관리 업무를 맡았고,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네거티브 대응을 전담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다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의 야당 행은 ‘대형 폭탄의 이동’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그 스스로 자신을 영화 ‘내부자들’에서 권력을 쫓다 이용만 당하고 손목이 잘린 채 도피 생활을 하는 조직폭력배 안상구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에 오버랩 시킨 적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섰죠. 그는 지난달 29일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자신이 몸 담았던 검찰에 기소됐다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참고로 기자는 6일 우상호 원내대표를 인터뷰 했고, 지난 2월 조응천 당선자가 더민주에 입당했을 당시 별도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아래 링크는 당시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http://www.hankookilbo.com/v/f8d2cea71b624453a798953ce8930abc
http://www.hankookilbo.com/v/7067dabf1fcb4d739e532c84fea3d0a7
일단 우 원내대표 인터뷰 때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치 관련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다들 지역구민들이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으니 교육문화위원회를 가겠다고 하던데요.
우 원내대표=상임위 배치는 당연히 각 의원들의 희망 사항을 충분히 들을 것입니다. 그러나 희망 사항 대로만 배치할 수는 없죠. 꼭 필요한 사람을 꼭 필요한 곳에 보내는 것도 원내 운영을 위해서는 해야 할 입니다 물론 끝까지 실망할 수 있는 의원들을 찾아 설명해야 하겠지만요.
기자=예를 들면 조응천, 김병기 당선자 같은 경우인가요.
우 원내대표=…
기자=기사를 보면 조응천, 김병기 두 당선자를 적극 활용해서 뭔가 크게 문제제기 하려는 것 같은데 두 분하고는 얘기가 다 되신 건가요.
우 원내대표=(특유의 하회탈 미소를 입가에 띠며) 많이 알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두 사람과) 얘기는 다 됐습니다.
그리고 전 2월 인터뷰 당시 “청와대 X파일? 설사 있더라도 정치적으로 쓸 일은 결코 없다”는 조응천 당선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나 더민주에서 내게 뭘 폭로해 달라며 딜을 요구했다면 입당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는데요.
또 그가 청와대를 그만 둔 날이 2014년 4월 15일이고, 출근을 하지 않기 시작한 이튿날인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에 비록 그 날은 청와대에 없었더라도 하루 전날까지 청와대 내부 사정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기에 이른바 ‘그날의 7시간’의 진실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사 중 한 사람인데요. 그런 그가 입만 열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어지간한 사람이면 한 번쯤 머릿속에 그려봄 직 하지만 정작 조 당선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딜리트(deleteㆍ삭제)”라고 잘라 말했던 것도 생각났습니다. 그날 인터뷰를 마치고도 ‘아닐거야. 분명 많이 알고 있을거야’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삼자대면 혹은 대질신문 같은 형식을 취하지 않은 현재. 시간 차를 두고 만난 두 사람의 말을 조심스레 종합해 보자면 ‘조응천 비서관은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다. 그 무언가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파괴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언제고 터질 수는 있다.’
이제 관심은 과연 그걸 터뜨릴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우 원내대표. 그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무슨 일만 생기면 보수진영에서는 ‘종북 좌파’ 프레임을 걸어 공격하고 또 그것이 먹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만 갈 수는 없죠”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종북 좌파 프레임 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반복되도록 가만두고 볼 수 만은 없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조응천, 김병기 두 당선자의 존재가 일정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죠.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국보급 투수’라 불리었던 선동렬 전 감독의 전성기 시절, 상대팀 타자들은 선 감독이 불펜에서 몸을 푸는 모습만 보여도 ‘아 오늘 또 졌다’라는 절망감에 휩싸였다는 말처럼 조응천, 김병기 두 당선자가 굳이 칼을 휘두르지 않아도 청와대나 국정원 등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조 당선자. 그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폭로, 저격 등에 대한 제 입장은 입당 당시 드렸던 말씀과 전혀 변동 없다”고 밝혔습니다.
선동렬은 제 아무리 몸이 아파도 팀이 위기일 때 등판을 합니다. 조응천 당선자도 당의 위기일 때 등판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문제는 그가 어떤 공을 던지느냐가 되겠지만요. 물론 우상호 감독이 등판 지시를 내려야 하겠지만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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