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ㆍ일정 공개 안해 ‘깜깜이’
조선중앙 TV 치적영화만 방영
핵 개발 외 뚜렷한 성과 없고
김정은 위원장 실수 등 우려
사후 통제된 이미지만 선전 의도
경호원이 외신기자들 일대일 감시
거리엔 붉은 깃발ㆍ현수막만 가득
북한이 36년 만에 개최하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정작 대회 개막일인 6일 초청 외신 기자들의 취재를 막는 등 ‘깜깜이 당 대회’를 시작했다. 사후에 통제된 이미지만을 노출해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거대한 세트장 같은 ‘극장국가’ 북한의 면모를 재확인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개회사 장면을 밤10시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하는 등 철저히 통제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밤늦게 화면을 공개하자 외신들도 외부 장소에서 TV 화면의 모습을 촬영하고, 방송 보도 내용을 열심히 받아 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됐을 정도다. 평양까지 부리나케 날아간 보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법한 ‘푸대접’이었다.
이날 밤 늦게까지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한 탓에 하루 종일 세계 주요 언론의 눈은 36년 만에 당대회가 열린 평양에 쏠렸다. 하지만 당 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130여명의 외신기자들은 행사 현장인 4ㆍ25 문화회관엔 들어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취재진이 전송한 사진을 보면 현장 주변에 무장한 경호원뿐만 아니라 사복 경호원들이 곳곳에 배치되는 등 행사장은 철저하게 통제돼 있는 모습이었다. 외신들은 행사장 접근이 제한돼 200m 떨어진 도로 건너편에서 4ㆍ25 문화회관의 외관만 찍어 사진을 전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들의 다른 취재 행위도 철저히 차단했다. 영국 BBC의 스티븐 에번스 기자는 “경호원이 일대일로 붙어 우리의 행동에 수시로 간섭하고 말없이 호텔 방에 들어오거나 촬영된 영상을 지우라고 요구했다”며 “한번은 화장실까지 쫓아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제한된 상황에서 외신들은 북한이 통제하는 이미지만 외부로 내보냈다. 일본 교도통신은 당 대회를 앞둔 평양 분위기를 전하며 ‘당 대회를 빛나는 로동의 성과로 환영하자’ ‘위대한 어머니 당’ 등의 간판이 거리 곳곳에 내걸려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처럼 당대회를 깜깜이로 진행하는 것은 당 대회의 초라한 면모나 김 위원장의 실수 등을 피하면서 사후에 통제된 이미지만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외신들은 ‘평양이 장막을 치고 김정은의 셀프 대관식을 진행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번 당 대회는 118개국에서 대표단이 파견됐던 6차 대회와 달리 외국 대표단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연설 도중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통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윤주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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