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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5지구의 쓸쓸한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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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5지구의 쓸쓸한 어린이날

입력
2016.05.0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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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5지구의 쓸쓸한 어린이날

한때 1,900여 가구 살다 모두 철거되고 남은 건 10가구

2011년 보상하며 2007년 공시지가 적용

LH “보상은 적법”… 강제집행 임박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 중인 부산 북구 만덕5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 최수영(50) 만덕주민공동체 대표의 집이 보인다. 최 대표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집 옥상에 9m짜리 철탑을 짓고 6일로 2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 중인 부산 북구 만덕5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 최수영(50) 만덕주민공동체 대표의 집이 보인다. 최 대표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집 옥상에 9m짜리 철탑을 짓고 6일로 2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날과 임시공휴일, 주말의 황금연휴는 부산 북구 만덕1동의 만덕5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만덕5지구)를 비껴갔다. 18만여㎡ 부지에 한때 1,900여가구가 살았지만 이제는 10가구만 남았다. 철거율 99%. 덩그러니 남겨진 최수영(50) 만덕주민공동체 대표의 집 옥상에는 공사자재를 이어 붙인 듯 조악한 9m짜리 철탑이 세워졌고, 최 대표는 6일로 23일째 홀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철탑 아래 최 대표 집(사랑방)에서 주민 정모(52ㆍ여)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씨에게는 이번이 2번째 철거소식이다. 영도구 신선동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정씨는 10살 때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이주했다. 1975년 부산의 11개 구역을 재개발해 무허가 건물을 정비하는 사업의 일환이었다. 40년 전 이미 겪은 일이지만 정씨에게 낯설기는 매한가지다. 정씨는 “영도는 고향이라 항상 그립고 만덕1동은 40년을 산 마음의 고향이라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한 주민들과 함께 아이들도 떠나갔다. 이날 기자가 사랑방 앞에서 노는 아이를 보고 “그래도 아직 아이들이 있네요?”라고 묻자 정씨는 “아래 동네로 이사간 집의 아이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사를 가면서 인근 상학초 입학생은 만덕5지구의 보상 직전인 2011년 29명에서 올해 8명으로 72% 가량 줄었다.

만덕5지구는 2001년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로 지정됐다. 주택공사가 2008년 10월 보상계획을 냈지만 토지공사와 통합되며 사업진행이 늦어졌다. 뒤늦게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상에 착수했지만 공시지가는 건설사업 승인고시 시점인 2007년에 맞춰졌다. 정씨의 약 59.4㎡(18평) 집은 6,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씨는 “2011년 인근 24평 아파트 시세는 2007~2008년보다 6,000만원 이상 올라있었다”고 말했다. 헐값 보상에 반발한 주민들은 법원에 사업 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했다.

부산 북구 만덕1동 만덕5지구에는 한때 1,900여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철거되고 10가구만이 남았다. 사진은 만덕5지구 내 철거된 집터의 모습.
부산 북구 만덕1동 만덕5지구에는 한때 1,900여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철거되고 10가구만이 남았다. 사진은 만덕5지구 내 철거된 집터의 모습.

이번 황금연휴가 지나면 만덕5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만덕5지구 사랑방을 지키는 주민들은 신경이 날카롭다. 앞서 지난 2일 LH가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터다. 당시 중장비와 젊은 용역업체 직원도 동원됐다. 전재수(북강서갑)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중재에 나서며 강제집행은 가까스로 일주일 연기됐다. 최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많은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이 동네에 남아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상황이 어찌되든 철탑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부산울산지역본부 토지재생사업부 관계자는 “보상금은 적법하게 산정됐고 이미 보상을 받아 이주한 다른 주민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전 당선인이 중재를 약속한 오는 8일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만덕5지구 전봇대에 부착된 항의 표지판 뒤로 최수영(50) 대표가 고공농성 중인 철탑이 보인다.
만덕5지구 전봇대에 부착된 항의 표지판 뒤로 최수영(50) 대표가 고공농성 중인 철탑이 보인다.
최수영(50) 만덕공동체 대표의 집이 철거된 건물 잔해 더미 옆에 위태롭게 서 있다.
최수영(50) 만덕공동체 대표의 집이 철거된 건물 잔해 더미 옆에 위태롭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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