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는 아역 배우 전성시대다. 출중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성인 주연보다 주목 받으며 영화를 이끄는 히든카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 스틸러’의 역할을 이제 어른 배우들이 아역 배우들에게 물려줘야 할 판이다.
한국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관객이라면 아역 배우 김하나(8)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그가 맡은 김말순의 심드렁하면서도 대담한 대사와 깜찍한 얼굴 표정이 잔인하고 냉철한 홍길동(이제훈)의 모습을 압도한다. “아저씨, 또 거짓말해요?”라고 홍길동에게 따지거나 “강해서 강력계 형사인가”라는 대사로 주변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식이다. 홍길동이 “조용히 해, 김말순!”하면 “저 아저씨 뭐라는 거야?”하고 받아 친다. 홍길동이 악당보다도 더 폭력적이고, 영화는 복수와 종교집단의 광기라는 음산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도 말순 덕에 스크린은 웃음기를 머금는다. 어수룩해 보이는 꼬마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배꼽 빼지 않을 관객은 없다.
관객의 눈길을 단번에 잡아내지만 김하나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다. 김하나는 카메라를 쳐다보거나 갑자기 ‘탐정 홍길동’의 조성희 감독에게 말을 거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3초만 세고 대사해”라던 조 감독의 말에 크게 숫자를 셌다는 에피소드까지 있다. 그럼에도 캐스팅된 이유는 그런 자연스러움과 천진난만함이다. 조 감독은 “(오디션 때)대본을 읽어보자는데 고개만 푹 숙이고 대답도 않던 김하나에게 ‘하기 싫어?’라고 했더니 ‘하기 싫다’고 하더라”며 “그런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서 그런 매력을 영화에 꼭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곡성’(11일 개봉)에도 아역배우 김환희(14)의 연기가 도드라진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임팩트가 강하다.
영화는 마을에 괴질이 돌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죽어나가는 상황을 그리며 사건의 중심에 경찰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김환희)을 등장시킨다. 김환희는 영화 초반 곽도원과 다정한 부녀 사이를 그리며 해맑은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귀신에 홀린 듯한 신들린 연기를 펼친다. 딸을 초자연적인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려는 곽도원의 부성애 연기는 김환희와 어우러지며 더욱 깊어진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도 “아역이 아니라 훌륭한 배우라고 여겼다”며 김환희의 연기에 극찬했다. 김환희는 신들린 연기를 위해 6개월 동안 연기연습을 했다고. 나 감독은 “영화를 찍는 내내 감탄했고 스태프들도 놀랐다. 정말 놀라운 배우”라고 덧붙였다.
한국판 좀비영화로 알려진 ‘부산행’(개봉 미정)의 김수안(10)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아역 스타다. 김수안은 ‘부산행’에서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공유의 딸로 출연해 성인배우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뽐낼 예정이다. ‘부산행’의 투자배급사인 NEW의 관계자는 김수안을 두고 “‘부산행’의 히든카드”라고 전했다.
김수안은 지난해 제2회 들꽃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는 등 오래 전부터 충무로의 기대주로 꼽혀왔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와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에도 일찌감치 캐스팅됐다. ‘부산행’은 칸영화제의 미드나잇 상영작으로 초청됐다. 삼촌, 이모뻘인 공유 정유미 등과 함께 레드카펫 행사에도 참석해 전세계 영화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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