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된 서울대 교수
“독성 확인 보고서 제출 때
옥시 본사측 전문가들 참석
연구결과 전부 알고 있어” 주장
실험 데이터 조작 혐의 부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를 사실상 부정해 ‘조작 논란’이 제기된 연구보고서 작성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옥시 측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한국법인뿐 아니라 본사를 향해서도 검찰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옥시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유리한 연구보고서를 써 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증거위조 등)로 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모(56) 서울대 교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조 교수는 “2011년 11월 29일과 2012년 2월 17일, 옥시 한국법인 대표와 본사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 연구 결과 발표회를 통해 옥시 측은 본인의 연구 결과를 전부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본사 전문가들에 대해 그는 “미국ㆍ호주에서 온 옥시 관계자”라고도 표현했다.
조 교수는 특히 “2011년 11월 생식독성시험결과 명확한 독성이 확인돼 보고서를 제출하고 발표했으나, 옥시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고 ‘흡입독성만 분리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옥시는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 요인으로 지목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조 교수 연구팀에 2억5,0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지급하고 실험을 의뢰했다. 검찰은 조 교수가 실험데이터 일부를 조작하고, 서울대 법인계좌로 입금된 돈 가운데 수천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그는 이와 별개로 개인계좌를 통해 1,200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연구보고서 일부 데이터에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으나 고의로 연구 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옥시와 (옥시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어떤 경위로 본인의 연구 결과 중 옥시에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 제출했는지 경위에 매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구속 여부는 7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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