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마주치는 젊은 커플이 있다. 둘은 분위기와 자태가 많이 닮았다. 언제나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들은 한마디로 기분 좋은 사람들. 언제부턴가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몇 마디 나누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그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 눈길을 느끼는 나의 동행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묻곤 한다. 나는 “짐작컨대 자유직에 종사하거나 아티스트일 거”라고 대답한다. 묻긴 했으나 내 말을 믿지 않는지 그들은 놀고먹는 자들에 대한 생각을 쏟아내거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곤 한다. 그들이 놀고먹건 일하며 먹건 내겐 똑같은 사람들이다. 지금껏 직장 한 번 가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직장을 가질 희망이 없다 한들 내게 그들의 존재감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변변찮은 인간인 나의 장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한 번은 그들이 늘 묶여 있는 이웃집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나다니며 시무룩해 보이는 그 개를 볼 때마다 가엽다고 생각만 했던 내가 그들의 행동을 높이 사자 한 사람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우린 라라를 데리고 자주 같이 산책해요” 라라는 하얀 연꽃처럼 생겼는데 첫 출산 뒤 새끼를 모두 잃고 중병에 걸린 것처럼 어두워졌다. 그들을 통해 느낀 바 있었던 것일까. 요즘은 라라가 사는 집의 안주인이 조금씩 밝아지는 라라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