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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요? 휴 일해야죠!"…쉬지 못하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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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요? 휴 일해야죠!"…쉬지 못하는 노동자들

입력
2016.05.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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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요? 쉬는 날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평소보다 2배는 더 바빠요"

오모씨(26)는 7년째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다. 후라이팬을 처음 잡았을 때부터 수십번의 명절연휴를 지내 온 그에게 휴일(休日)은 더 이상 '쉬는 날'이 아니다.

오씨는 연휴엔 평소보다 손님이 2배 이상 몰린다고 했다.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나흘간의 연휴를 위해 직원들은 지난 주말도 반납하고 식자재를 준비했다.

근무시간도 평소 오전 10시~오후 9시에서 연휴 때 오전 8시~오후 11시 정도로 3시간가량 늘어난다. 휴일엔 이른 시간부터 늦은 시간까지 꾸준히 식당에 손님이 붐비는 까닭이다. 그러나 추가수당은 없다.

정부가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진작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며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연휴 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노총이 조합원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6.6%가 이날 쉬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령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은 법정공휴일이 아니라 관공서나 공공기관, 학교 등 공공부문에만 의무 적용된다. 임시공휴일을 두고 '임시 공공기관 휴일'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임시공휴일인 6일 오전 평소 같으면 차량으로 북적이는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임시공휴일인 6일 오전 평소 같으면 차량으로 북적이는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황금연휴? 연중무휴!"…쉬는날 더 바쁜 서비스업 종사자들

'연중무휴'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연휴에 평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영화관부터 카페까지 휴일이 대목인 까닭이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최모씨(23, 여)는 이번 연휴 중 5~6일에 일하고 7~8일을 쉰다. 나흘 중 절반이라도 쉬려고 동료들과 협상을 벌였다.

최씨는 "카페는 연중무휴라 근무일에 쉬는 건 생각도 못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일이 힘든 5~6일에 쉬고 싶었지만 동료들과 일정을 맞추느라 뒤에 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박모씨(32)도 "많은 사람들이 쇼핑에 나서는 공휴일은 회사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대목"이라며 "직원들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황금연휴는 먼 얘기다. 건설 노동자 신모씨(24)는 "1년 중 쉬는 날이 손에 꼽는다"면서 "설날과 추석, 크리스마스, 신정 등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일터에 나온다"고 말했다.

신씨는 "일이 항상 있는 게 아니고 있더라도 인맥에 의해 뽑히는 경우가 많다"며 "월급제가 아닌 일당제라 하루라도 더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휴일? 바라지도 않아…기업들 문 닫아놓고 일한다"

인테리어 계열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민모씨(27)는 "휴일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공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이 겉으로는 문 닫아놓고 안에서 일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임시공휴일은 '그림의 떡'이다. 유통업계 신입사원인 문모씨(27)는 "다른 선배들이 쉬기 때문에 나까지 쉰다고 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그나마 다른 날 대체휴무를 주는 우리 회사(대기업)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고 말했다.

휴일도 반납하고 공부에 매달리는 취준생도 있다. 영어학원에 다니는 박모씨(27, 여)는 어린이날인 5일과 임시공휴일 6일 모두 학원에 간다.

박씨는 "임시공휴일이 발표됐을 때 같은반 학생들 다 심드렁한 분위기였다"며 "연휴에 친구들도 만나고 쉬고 싶지만 시험을 앞두고 있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음해에는 취업에 성공해서 당당히 연휴를 즐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성형외과도 이번 연휴에 분주할 전망이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이번 연휴 수술 스케줄을 문의하는 전화를 지난주만 100여통 이상 받았다"며 "연휴를 이용해 성형을 하려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직원 대부분이 연휴에 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휴일에 쉬지 못하는 대표적인 직업에는 '기자'도 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임시공휴일인 6일 회사에서 쉬라고 할 것 같지 않아서 체념하고 있었지만 막상 출근하라는 소리를 들으니 한숨이 나온다"면서 "쉬기는커녕 병원 갈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휴 특수'누리는데…"자발ㆍ비자발적 노동 구분해야"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면 자발적 휴일노동이 문제될 게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씨(26)는 "6일 당일 주휴수당을 받기 위해 출근할 계획"이라며 "상사의 압박이나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휴일 특수를 누려야 하는 업계 종사자들은 연휴 때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며 "고용주들이 노동자에게 합당한 임금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씨(25)도 "자율적으로 돈이 필요하면 일 하고 아니면 쉬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자율성이 침해되는 휴일 노동이 문제다"고 말했다.

직장인 오모씨(33)는 "사실 연휴 특수는 소수의 고용주만 누린다고 봐야 한다"며 "아르바이트 등 대다수 노동 취약계층은 휴일 근무로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그에 따른 수당 등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규직 중에서도 별도 수당을 못 받는 '포괄임금계약'을 한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경우도 자발적 노동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원 강사인 이모씨(27)는 "연휴에 일하는 사람들은 취업 잘 되고 경기 좋을 때도 있었다"며 "꼭 안타깝게 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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