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원내사령탑 경선]
1차 투표에서 36표, 40표
범주류 후보간 2차 결선투표
우상호, 비주류 지지받아 뒤집기
“절반 육박한 초선 공략이 승인”
운동권 정당 이미지 탈피 숙제
“더 강경한 쪽(우원식 의원)보다는 덜 강경한 쪽(우상호 의원)에 표가 몰렸다. 중도개혁 정당이란 뿌리는 지키되 운동권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게 숙제라는 공감대가 작용했다.”
4일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 결과 ‘86운동권 그룹’의 대표주자인 우상호(3선ㆍ서울 서대문갑) 의원이 당선된 데 대한 반응을 묻자 수도권 한 초선 당선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 원내대표를 찍었다는 그는 “범주류로 꼽히던 두 사람이 결선에 올랐을 때 우상호 의원이 유리하다고 봤다”며 “주류 진영이나 비주류 진영 모두에게서 표를 좀 더 끌어올 수 있는 확장성에서 앞섰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선은 처음부터 ‘우 의원들’의 결선 대결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당초 6명의후보들은 범주류(우상호, 우원식) 2명과 비주류(강창일, 이상민, 노웅래, 민병두) 4명으로 나뉘었다. 비주류 후보들 사이에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승부는 점치기 힘들었지만, 비주류 후보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면서 승부의 추는 두 우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 1차 투표에서 우원식(40표), 우상호(36표) 의원이 비주류 후보들을 압도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도 경선 현장 분위기는 “예상했던 대로” 라는 반응이 많았다. 3위를 차지한 민병두 의원의 16표는 우상호 의원의 절반에 그쳤고, 비주류인 네 후보의 표를 모두 합쳐도 45표에 불과했다.
과반득표자가 없어 1,2위 후보를 상대로 실시된 결선투표에선 비주류 진영의 표가 우 원내대표를 택했다. 당초 승부의 키를 쥔 것으로 알려진 당내 최대 계파 친노(노무현)ㆍ친문(문재인) 진영은 어느 한쪽으로도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 측은 승인을 초선 공약의 성공에서 찾았다. 한 인사는 “전체 의원의 47%(57명)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을 파고 들었다”며 “총선을 전후로 밥이나 술 한 번 같이 안 한 당선자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관계 설정이다. 이번 총선의 키워드였던 ‘경제 민주화’ 이슈를 어떻게 살려나갈지도 관심이다. ‘운동권 출신은 경제에는 약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도 난제다. 당의 한 인사는 “‘유능한 경제 정당’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김 대표를 비롯해 당 안팎의 전문가 그룹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원내대표는 내년 대선까지의 원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대선에 막중한 영향을 준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 관련 공약을 실천하는 국회 운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아킬레스건인 계파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문제다. 8월 말~9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 알력이 본격화할 수 있다. 범주류에 속하지만 계파색이 옅은 우 원내대표가 주류, 비주류 진영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하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까지 당내 원심력이 커질지, 아니면 구심력이 커질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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