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회피하거나 관계만 해쳐
부모가 모범 보이고 규칙 정해야
해결 힘들면 전문시설에 도움 요청
전남 완도에 사는 이은경(41)씨는 지난해 생각만 하면 속이 터진다. 중학생이 된 아들(14)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했더니 온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기 때문이다. 식사 시간은 물론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일쑤였다. 이씨는 “스마트폰을 정지시키겠다, 부수겠다고 윽박질러 보기도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며 “언젠가 아들의 스마트폰 연락처에 ‘사랑하는 엄마’가 아닌 ‘잔소리’로 저장돼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더 큰 걱정은 수다쟁이였던 아들이 대화를 꺼리고 화를 내는 성격으로 변해가는 것이었다. 공부에 대한 흥미도 잃어 시험지를 백지로 낸 적도 있었다. 이씨는 “고민 끝에 올 초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의 치유 캠프를 보냈고, 이후 직업 군인이라는 꿈이 생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제 스마트폰 대신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운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2011년 11.4%에서 2014년 29.2%로 3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만큼 스마트폰 중독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시름도 깊지만 강압적으로 사용을 막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심용출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캠프운영부장은 “많은 부모가 하루 1시간만 하라는 식으로 제재를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반발하고 거짓말을 하게 돼 관계만 나빠진다”며 “자녀와 대화를 갖도록 노력하고, 대화하면서 스마트폰 중독의 부작용에 대해 알려줘 스스로 줄일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인간관계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충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초등학생 때까지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게 좋지만 사준 경우라면 중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언제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를 정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작 자녀에게만 강요하고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며 “부모부터 모범을 보이고, 이용시간을 제한할 경우 작은 약속을 실천하면 일정 시간을 허용하는 식으로 규칙을 정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풀기 어렵다면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등 전문시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은 여가부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운영하는 기숙형 공공위탁 시설로, 인터넷 및 스마트폰 과다 사용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 및 상담, 수련활동 등 전문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현재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http://nyid.kyci.or.kr)를 통해 7~13기(6월 25일~10월 29일)를 모집 중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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