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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황장산 드디어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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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황장산 드디어 문을 열다

입력
2016.05.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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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산길이 개방된 경북 문경의 황장산은 백두대간의 중심 축이다. 기암과 소나무들이 어울려 분재공원 같은 느낌을 주는 멧등바위 주변 풍경. 문경=이성원 기자
이번에 처음 산길이 개방된 경북 문경의 황장산은 백두대간의 중심 축이다. 기암과 소나무들이 어울려 분재공원 같은 느낌을 주는 멧등바위 주변 풍경. 문경=이성원 기자

월악산국립공원 지정 이후 31년만에 개방

백두대간 중심이자 ‘100대 명산’ 이름값 톡톡

산에도 급이 있다. 아마도 그 으뜸엔 산세가 수려한 국립공원이 있을 것이다. 백두대간의 봉우리들도 산꾼들의 큰 관심 속 여느 산과는 다른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산림청은 높고 고운 산들을 모아 국내 ‘100대 명산’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 국립공원과 100대 명산에 드는데다 백두대간의 봉우리임에도 이제껏 굳게 닫혀있던 산이 있다. 경북 문경의 황장산(1,077m)이다. 비밀의 산 황장산이 드디어 지난 1일 일반에 문을 열었다. 1984년 12월 월악산국립공원이 지정된 이후 한번도 코스 개방이 되지 않았으니 31년 만에 빗장을 푼 것이다. 이번에 개방된 황장산 코스는 문경시 동로면 안생달리에서 올라가 작은차갓재, 멧등바위, 황장산 정상을 찍고 계곡으로 내려와 원점 회귀하는 총연장 5.6㎞의 탐방로다.

초록이 곱게 든 봄날 새 길이 뚫린 황장산을 올랐다.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코스를 묻자 고맙게도 이윤구 김태경 주임이 먼 길을 달려와 길을 안내해줬다.

황장산의 이름은 금강송의 또 다른 명칭인 황장목이 많은 데서 유래한다. 대궐을 짓거나 왕실의 관 등을 만들 때 이 속이 누런 황장목을 썼다고. 조선 숙종 때 이 산은 벌목과 개간을 금하는 봉산(封山)으로 정해져 관리됐다. 이때부터 황장산으로 불린 듯하다. 산의 옛 이름은 작성산이었다. 삼국시대엔 삼국간 치열한 영토 다툼이 치러졌고 6ㆍ25 때는 빨치산과 토벌대, 북한군과 국군 간의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산행이 시작되는 곳은 안생달리 마을의 삼거리. 60m 가량 오르면 와인동굴카페를 만난다. 이 카페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졌다. 신록이 드리운 산길을 걷는다. 오르막이지만 그리 험하지 않다. 1㎞ 가량 오르면 작은차갓재다. 백두대간 길에 있는 고개다. 이제부터 그 능선을 타고 간다. 백두대간을 디디고 가는 걸음이다.

헬기착륙장을 지나자 잣나무숲이 이어졌다. 쭉쭉 뻗은 침엽수 숲에선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숲에선 새들의 합창 소리도 들려왔다. 이 주임은 “그 동안 닫혀있다 보니 월악산국립공원 지구 내 다른 지역 보다 야생동물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잣나무숲을 조금 지나자 시야가 뚫리며 주변의 산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자락 가득 펼쳐진 신록이 곱다. 몸을 던지면 푹신한 신록 위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신록을 감상하다 만난 멧등바위. 황장산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불쑥 치솟은 바위를 오를 수 있게 새로 철계단이 조성됐다. 멧등바위에서 바라본 전망은 장쾌했다. 북으로 도락산의 도드라진 바위봉우리가 시선을 끌고, 저 멀리 소백산 연화봉까지 눈에 들어온다. 남서쪽으론 문경의 백두대간 능선인 대미산 주흘산 등이 크게 출렁이며 산자락을 잇는다.

멧등바위에서 황장산 정상까지의 능선길이 황장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멧등바위는 마치 분재공원 같다. 깎아지른 바위 능선에 수 많은 소나무들이 뿌리를 내렸다. 바위에서 자란 소나무의 둥치는 굵지 않고 또 많이 휘었지만 위엄이 뿜어져 나온다. 신산의 세월 바위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자란 단단한 소나무들이다.

멧등바위에서 황장산 정상까지는 칼날 능선이다. 양쪽으로 가파른 벼랑. 능선길은 한 두명 겨우 지날 만큼 좁다. 날카로운 길만큼이나 그 길의 풍경 또한 날카로운 감동을 준다. 진달래 붉은 꽃잎이 그 하늘길을 감싼다. 마치 결혼식장에 신랑 신부가 행진하는 꽃길을 걷는 느낌이다. 하늘 위 꽃길로 봄의 축복을 받아 걷는 길이다.

황장산 정상은 나무가 우거져 시야가 막혀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도시락을 꺼내 허기를 달랬다. 다시 시작된 산행. 이제부턴 하산길이다.

급경사의 너덜지대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급경사 구간엔 계단이 조성돼 있다. 너덜지대는 꽤나 길게 이어졌다. 계곡을 끼고 이어진 하산 길은 안생달 마을로 안내한다.

문경=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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