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드라마니까 당연히 걱정했다. 지금까지는 나 잘난 맛에 살았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 덕분에 가능했다.”
드라마 ‘굿바이 솔로’(2006)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괜찮아 사랑이야’(2014) 등으로 견고한 마니아층을 거느려온 작가 노희경(50). 4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tvN 새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자신의 신작을 소개했다.
노 작가는 “요새 드라마는 한류를 염두에 두고 중국 시장용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과연 내 드라마를 받아들여줄지 지금도 고민이 진행 중”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 드라마는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노 작가가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드라마에선 누구의 엄마나 할머니 또는 아빠나 할아버지로만 얼굴을 내비쳐 온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 신구, 주현 등 국내를 대표하는 노장 배우들이 총 출동해 나이 듦과 인간애를 집중 다룬다.
고현정(45)과 특별출연 형식의 조인성, 이광수 등을 제외하고는 젊은 배우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 작가는 “젊은 시청층을 대상으로 드라마 판도가 바뀌었고 나 역시 젊은 사람들의 사랑을 다루며 거기에 편승했던 작가”라며 “마음 속에 어른들과 일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늘 있었다”고 털어놨다.
무려 50여 년 동안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해 온 연기파 배우들을 그것도 8명이나 한 자리에 모았으니 소원을 이룬 셈이었다. 노 작가는 “이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작가들보다 행복하다”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로 50세에 접어든 노 작가에게 나이 듦이란 무엇일까? “30대와 40대였을 때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어른들을 보면서 ‘꼰대’라고 폄하하는 청춘들의 시선이 사실은 어른에 대한 관찰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20대가 주 시청층인 케이블채널에서 드라마가 얼마만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부모 있는 사람이 부모 이야기를 했고 이게 잘 전달되길 바랄 뿐”이라며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이 나는데 우리 모두 부모가 있는 사람들이니 (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함께 자리를 채운 출연 배우들도 하나같이 노 작가 작품 출연에 의미를 뒀다. 노 작가와 첫 호흡을 맞추게 된 고현정은 “배우라면 누구나 선생님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며 “극중 이름이 ‘박완’인데 이렇게 예쁜 이름을 받고 연기하는 게 큰 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노 작가 작품에는 첫 출연하는 김혜자는 “예전부터 노희경씨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고 한 번 하고 싶다고 직접 말한 적도 있는데 이제서야 이뤘다”며 웃었다. 노 작가는 “김혜자 선생님 같은 배우를 누구의 엄마로 쓸 수는 없었다. 어른들 이야기니 비로소 선생님을 모시게 됐다”며 쑥스러워 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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