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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 "첫 주연에 칸까지... 남 얘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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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 "첫 주연에 칸까지... 남 얘기 같아"

입력
2016.05.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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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은 “첫 주연작 ‘곡성’으로 칸 국제영화제까지 간다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곽도원은 “첫 주연작 ‘곡성’으로 칸 국제영화제까지 간다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배우로서 이만한 호사가 있을까. 배우 곽도원(44) 얘기다. 영화 ‘곡성’(12일 개봉)에서 첫 단독 주연을 꿰찬 것도 모자라 배우로서 처음으로 프랑스 칸에 입성하게 됐으니 말이다.

연극판 단역부터 시작해 13년 동안 ‘만년 조연’으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바쁘게 오가던 그에게 ‘곡성’은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특히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곡성’이 초청된 것에 “아직도 남의 부잣집 얘기”로만 들린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처음”이라는 곽도원을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곡성’을 통해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다”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16일 칸으로 출국한다는 그는 “칸에 간다는 걸 아예 생각도 안 했다. 대단한 영화제라서 나와는 상관 없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라며 어리둥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곽도원의 일상에 변화를 준 이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다. 나 감독은 영화 ‘황해’(2010)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곽도원을 눈 여겨본 뒤 ‘곡성’에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나 감독은 그와 세 번째 만났을 때 비로소 주인공을 제안했다고 한다.

“(나 감독이)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주고 읽어보라고 하더니 두 번째 만났을 때 내용이 어떠냐고 묻기만 했어요. 세 번째 봤을 때 주인공 종구 역을 제안하는데 ‘이 사람이 미쳤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욕심도 나더라고요.”

하지만 ‘곡성’은 곽도원이 도전하기엔 만만치 않은 영화였다. 낯선 일본인이 마을에 나타나면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을 엮은 스릴러 영화다. 마을 사람들이 희귀병을 앓다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무당이 등장하는 샤머니즘과 귀신을 쫓는 엑소시즘을 버무리고, 종교적인 상징까지 더해 파격적인 영상과 메시지를 전한다. 곽도원은 경찰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종구로 출연해 희귀병을 얻은 딸의 생명을 구하려 고군분투한다. 초자연적인 사건 속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표출해야 하는 종구 역할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안쓰럽고 지친다. 역할을 맡은 당사자도 꽤 힘든 시간을 보냈을 듯하다.

곽도원은 영화 ‘곡성’에서 의문의 사건에 휩싸인 경찰로 출연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곽도원은 영화 ‘곡성’에서 의문의 사건에 휩싸인 경찰로 출연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곽도원은 영화 ‘곡성’에서 희귀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곽도원은 영화 ‘곡성’에서 희귀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첫 주인공이라 힘들었어요. 연기에 힘을 빼야 한다는 데 그걸 몰라서 애먹었죠. 조연일 때는 장면에 따라 오버 연기도 했지만, 주인공은 그런 조연배우까지 감싸줘야 해서 튀면 안 됐죠. 그 감을 몰랐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절절한 부성애를 그리는 연기는 곽도원에게 난제였다. 미혼인 그가 초등학생 딸을 둔 아빠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딸 효진으로 나온 아역배우 김환희가 큰 도움이 됐다. 지방 촬영 때마다 동행하는 자신의 아빠를 살뜰히 챙기고, 말 걸기도 어려울 성인 배우들에게 연기적인 질문도 하는 김환희에게 곽도원은 마음을 빼앗겼다고. 그는 인터뷰 중 자주 “우리 환희”라고 말하며 부녀지간 이상의 연기 앙상블을 자랑했다.

‘곡성’에는 숨은 볼거리도 있다. 극중 부부로 출연한 곽도원과 장소연의 호흡이다. ‘곡성’을 촬영하다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칸영화제에도 동행한다. 곽도원은 “잘 사귀고 있고요, 칸에도 같이 갈 예정입니다. 결혼도 해야죠”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러고 보니 ‘곡성’으로 처음 경험한 일들이 많아”졌다는 그는 요즘 시나리오 받는 일도 즐거운 일과가 됐다고 했다. 청와대 조사관(‘베를린’), 교수(‘황해’), 기자(‘심야의 FM’), 경찰 반장(‘핸드폰’) 등 연이어 전문직을 조연으로 연기했던 그에게 들어오는 배역 역시 전문직에 한정됐었다. 하지만 ‘곡성’ 출연 이후 다양한 캐릭터의 시나리오를 받고 있다.

“주연을 하니 보다 다양한 역할들을 제안 받고 있어요. 이런 변화가 제게는 재미있으면서도 부담이 돼요. 조연일 때는 영화가 흥행 실패해도 ‘네 탓’이라고 했는데, 주연 입장이 되니 망하면 내 탓 같고 책임감이 생기네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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