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11월 미 대선 본선 무대의 주인공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로 압축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 경쟁한 모든 후보가 힘을 합쳐 레이스를 진행한다 해도 이제 대의원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남은 경선에서 케이식 후보가 크루즈 후보 편에 섰던 표심을 남김없이 끌어오지 않는 한 트럼프의 대의원 과반 확보를 막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트럼프의 본선 진출을 제지할 방법은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 힐러리’의 양자구도가 깨어질 가능성은 미미하게나마 남아있다고 진단한다. 트럼프와 힐러리 두 후보의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변수’로는 다름 아닌 공화당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꼽힌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크루즈 후보마저 손을 털고 나가버린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홀로 트럼프와 맞설 케이식 후보에 집중했다.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7.6%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확보해놓은 대의원(153명)도 트럼프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후 트럼프를 반대하는 주류 공화당 세력의 표심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케이식 캠프는 경선 지속을 다짐하면서 “지금까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표심은 50%에 미치지 못했다”며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케이식 후보가 힐러리 후보와 대결할 경우 7%포인트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네버 트럼프’등 반 트럼프 슈퍼팩과 주류 공화당원들의 협력으로 판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지난달 말 뉴욕주 경선 등 승부처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기세가 꺾였던 민주당 샌더스 후보가 3일 인디애나 주 경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5%포인트 격차로 따돌림에 따라 민주당 후보 경쟁도 막판까지 눈을 뗄 수 없을 전망이다. 샌더스 후보는 인디애나 경선 승리 직후 “클린턴 후보를 상대로 엄청난 역전승을 거뒀다”며 “클린턴 캠프에는 안된 말이지만 경선은 끝난 게 아니다”고 선언했다. NYT는 “샌더스 캠프가 내달 초 대의원 546명이 달려있는 캘리포니아 주 경선 등에서 승리한 후 중재전당대회를 노릴 것”이라며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클린턴 진영이 약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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