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은 최고의 인생 사용 설명서이자, 설명서의 정수죠. 진리는 먼 곳이 아니라 청정한 우리의 본질 안에 있다는 가르침이 담겼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5월 14일)을 앞두고 화엄경 80권 전권을 한글로 완역해 출판한 대해(大海)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국제선원장)은 4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갖고 “부처님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인간 본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화엄경은 여러 경전에 실린 붓다 가르침을 망라한 경전의 최고봉으로 불리지만 양이 많고 한문이 난해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앞서 한글로 세 차례 번역됐다 절판된 책들은 한문 어투 그대로 표기만 한글로 하는 등 여전히 어려워 스님들의 학습교재 등으로만 쓰였다. 대해 스님은 “화엄경은 수행의 어느 한 측면만 부각된 것이 아니라 모든 가르침이 종합된 경전인데도 내용이 어려워 많이 읽히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각 구절을 쉽게 풀어 말하면 다른 분들이 받아 적고, 이를 다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초벌 번역에는 단 2개월이 걸렸다. 그는 “화엄경은 쉬우나 화엄학은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것을 덧붙여 설명하려다 보면 점점 내용이 어려워지기만 한다는 것”이라며 “불필요하거나 자의적 해석을 덧붙이지 않고 깨달음을 전하려 애썼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법회를 오래 이끈 스님은 경전 내용을 쉽게 풀어 어린이용 카드놀이로 만든 ‘법왕자’게임도 개발해 최근 내놨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에 대한 강한 인식, 즉 아상(我想)에 사로잡혀 있지만, 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해 있다는 것, 너와 나를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숱한 갈등이 쉽게 풀린다는 점을 더 많은 분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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