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과 X자 모양의 입을 가진 네덜란드 토끼 미피의 원화 그림책과 국내 아티스트들이 미피를 새롭게 해석한 피규어를 함께 볼 수 있는 전시회 ‘매니 미니 미피’가 서울 롯데갤러리 잠실 애비뉴엘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미피 탄생 60년을 기념해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순회 축하 전시로,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미피를 그려낸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딕 부르너(89)의 모든 그림에는 검은 윤곽선이 있다. 일일이 붓으로 물감을 찍어 그린다. 대표 작품인 미피도 마찬가지다. 1955년 브루너의 첫 동화책인 ‘미피’에 등장한 미피는 지금까지 그의 동화시리즈에 가장 많이 등장한 캐릭터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이라는 원색과 극히 생략된 선 등 단순함의 매력은 이를 변주하는 작가들에게는 더 없는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한젬마 작가는 “미피는 미키마우스처럼 캐릭터 자체의 강렬함이 없다.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을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하얀 캔버스, 생명이 있는 캔버스 같은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브루너의 미피 원화 디자인과 국내에서 출판된 책,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원본 기념품을 통해 ‘미피의 역사’를 선보인다. 2부는 국내외 아티스트가 재해석한 미피 작품으로 구성됐다. 네덜란드 작가들이 제작한 미피 피규어 22점에 한국 아티스트들이 만든 13점을 추가됐다. 한젬마는 십자가와 못을 섬세하게 배열해 엄마와 아기 미피를 만들었고, 조각 작가 김우진은 플라스틱 의자 조각으로 2m가 넘는 대형 미피를 제작했다. 금속공예 작가 이수미는 순도 99%의 은과 보석으로 미피를 장식했다. 디자이너 쿤은 자신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커다란 이발 로고 ‘사쿤’의 입을 미피에 넣었다.
3부에는 국내외 27개 패션 브랜드가 참여해 자신들만의 색깔로 꾸민 미피를 선보인다. 미피와 브랜드 협업은 국내 처음이다. 전시를 통해 수익을 내지 않는다는 작가들의 요청에 따라 작품 판매는 하지 않고 대신 10개 브랜드가 만든 미피 캐릭터 상품을 롯데백화점 각 매장에서 팔기로 했다. 전시는 롯데갤러리 부산 광복점(6월 1~28일)과 청량리점(7월 1~24일)으로 이어진다. (02)3213-2606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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