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상석에 앉아 30분간 면담
北에 상당한 압박 작용 기대
朴 대통령, 새마을운동 소개도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테러와 지역 불안정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해결하기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북핵’이나 ‘한반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한 한반도ㆍ동북아의 안보 불안 문제를 우회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핵 개발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30분 간 집무실에서 면담하면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이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이란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김일성 주석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데다 북한과 이란이 오랜 우방인 만큼, 그가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박 대통령도 면담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입장 등을 감안해 북핵ㆍ북한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과 달리 하메네이 지도자가 한반도 안정을 간접 언급,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을 이란 경제 발전의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란 낙후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새마을 운동 경험을 공유하기 바란다”며 “새마을 운동 경험이 이란의 성장 잠재력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장에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상석에, 박 대통령은 그의 오른편에 앉았다. 정상들이 마주보고 앉는 국제 관례와 다른 의전으로,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중시하는 이란 전통에 따른 것이다. 이란은 청와대와 한국 기자단의 면담 장면 촬영을 막은 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윗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구도로 찍은 사진을 직접 언론에 공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테헤란=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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