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개헌을 둘러싼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일반 여론은 개헌 반대가 우세하지만 보수진영이 총력을 다해 개헌을 밀어붙이면서 열도가 둘로 갈라진 형국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일본 국민이 “헌법개정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개헌불필요’의견은 55%로 전년도 조사보다 7%포인트나 증가한 반면 ‘바꿀 필요가 있다’는 답변은 37%로 6%포인트 감소했다. 전쟁포기및 군대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를 고치는데 68%가 반대했고 대형재난시 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긴급사태 조항’신설에도 52%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보수지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조사도 “현재의 헌법이 좋다”는 의견이 2004년 이후 같은 조사에서 가장 높은 50%대로 나타났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헌법9조 개정에 반대(52%)가 찬성(27%)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은 아베 정부 임기 내 개헌완수를 목표로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공개 헌법포럼’행사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지금 헌법에는 ‘자위대’라는 말이 없다, ‘자위대는 위헌인지도 모른다’고 여겨지는 상태로 놔둬도 되느냐에 대해 국민적 논의 가치가 있다”며 평화헌법 9조 개정의지를 확인했다.
신헌법제정의원동맹 소속의원들은 도쿄 헌정기념관에서 헌법제정추진대회를 갖고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게 국민이 주체가 되는 헌법개정을 염원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보수진영의 거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會根康弘) 전 총리(97)가“아베 내각이 그 실현을 위해 도전하는 것을 크게 평가하고 지지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여론동향은 헌법개정 필요성은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망설임이 있다”며 “국민을 한층 더 설득해 길을 열어가라”고 주문했다.
각 정당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연립 공명당은 “개헌관련 환경권과 지방자치 확대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극우야당 오사카유신회는 “시대에 맞지 않은 부분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진당은 “입헌주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는 아베 정권이 드디어 헌법개정이란 본성에 손을 대려 한다”며 “헌법의 근간인 평화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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