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대통령의 한국 답방 시기 내년쯤으로 검토 중
한국기업들 이란 시장에 불신 버려야
북핵 문제는 외교와 타협으로 풀 수 있어
이란은 지난해 7월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급부상했다. 원유매장량 세계 4위의 자원부국인 이란 시장이 외부로 활짝 열려 ‘제2차 중동 붐’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1일부터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4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주 보따리를 귀국 선물로 챙겼다.
사실 국제사회 제재 이전 한국과 이란은 동반자 관계였다. 박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페르시아어로 “두스트 바 할러헤 쿱(친구이자 좋은 동반자)”라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 이란순방에 앞서 지난달 20일 만나 하산 타헤리안(64) 주한 이란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양국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헤리안 대사는 내년쯤 로하니 대통령이 답방 형식으로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 외교관 출신의 타헤리안 대사는 1980~85년 주한 대리대사를 거친 친한파 인사로 양국 간 가교역할을 할 인물로 꼽힌다. 1990년대 초반 북한 평양 주재 이란대사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은 핵 문제를 외교와 대화,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줬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_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갖는 의미는.
“1962년 양국 간에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방문은 양국 간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이란 정부에서 처음에 여러 국가의 대사직을 제안했지만 주저 않고 한국을 선택했다. 한국은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라는 점에서 이란이 배울 점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임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결실을 맺게 돼 자랑스럽기도 하다. 로하니 대통령의 한국 답방 시기는 내년쯤으로 검토하고 있다.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완료되면 한-이란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_이란의 핵 협상 타결 이후 개혁ㆍ개방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2월 총선에서 중도ㆍ개혁파가 승리하면서 보수파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정국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2월 총선은 중도파와 보수파 간 갈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봉합하는 계기였다. 중도파는 총선에서 시민과 정치권 간 중간적 소통의 역할을 하면서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했다. 보수파도 총선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큰 불만은 없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이란 정치체제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는 국회가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은 정국 안정에 기여했다.”
_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한 경험에서 볼 때 북한 핵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된다고 보나. 이란이 북한과 핵ㆍ미사일 개발에 협력한다는 의심도 여전하다.
“핵 문제에 대한 입장에서 이란과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 이란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길 원하지 않고 핵확산방지구상(NPT) 가입국이다. 북한은 NPT를 탈퇴했고 3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란은 또한 자체 마사일 개발 기술을 갖춘 만큼 북한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과정이 북한에 핵 문제가 외교와 대화,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기를 바란다. 다만 대북제재를 결정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어떤 결의에도 이란 정부는 반대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이란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을 수행한 기업인들이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만 30건으로 국제사회에 문호를 개방한 이란은 그야말로 ‘제2차 중동 붐’의 진원지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타헤리안 대사는 한국기업들이 소극성을 버리지 못하는 한 이란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_한국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이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해외기업들의 경쟁이 첨예하다. 독일 등 유럽기업들은 장애물이 보여도 적극적으로 덤벼들어서 이란 시장을 개척해낸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을 보면 뭔진 모르겠지만 어떤 장애물이나 함정이 있을 까봐 이란 시장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믿질 못한다.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방문으로 이란 정부가 한국기업들에 힘을 주고 지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기업들이 좀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_이란이 저유가 상황을 부채질 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란 석유부는 지난달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도 불참했다.
“도하에서 열린 OPEC 회의는 석유 생산량 동결을 위한 게 목적이다. 이란 정부는 석유부장관이 장관 아닌 그보다 지위가 낮은 인사를 보냈다.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 이전에는 석유를 수출할 수 없었다. 이란은 시장에서 석유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여지가 필요하다. 석유 생산량 동결에 따를 수 없는 이유다.”
이란에서는 한류 열풍이 휩쓸고 있다. 국내에도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올리브 나무 사이로’ 등이 소개돼 큰 호응을 받았다. 이에 대해 타헤리안 대사는 “한국과 이란 모두‘가족’이라는 문화적 키워드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_이란을 생소하게 여기는 한국사람들도 이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많이 받는다. 양국 간 비슷한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어른에 대한 예의와 공경, 이웃사촌 같은 정서들이 진하다는 것을 양국 간의 공통점으로 본다. 한국과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 때부터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해왔다. 양국이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에 한국에서 개봉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라는 이란 영화가 있다. 이란을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란 사람들의 부정(父情)과 가족애, 사회현실 등이 담긴 수작이다. 이란에서 4월21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이 날에는 자식들이 아버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한국에도 이런 게 있다.
_한국에 거주하는 이란인들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현재 한국에는 이란 교민들이 1,200명 정도가 머물고 있다. 한국에 사는 이란 사람들은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규칙도 잘 지키고 법도 잘 지킨다. 최근 중동이 테러와 내란 등으로 시끄러워 이란 사람들을 보는 눈초리가 안 좋을 때도 있다. 이란 사람들에 한국 사람들이 비슷한 정서를 가진 이웃사촌으로 봐줬으면 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