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현안 해결 위해 경영 복귀"…"테스트이벤트 성공개최는 자부"
올림픽 1년9개월 앞두고 대회 준비 차질 우려
조양호(67·한진그룹 회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전격 사퇴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양호 위원장이 한진그룹의 긴급한 현안 수습을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려고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도 "조양호 위원장이 개인 사정으로 위원장직을 사임하기로 했다"며 "후임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4년 7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올랐던 조 위원장은 1년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647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상황에서 조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물러남에 따라 대회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조 위원장의 사퇴는 최근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 등 그룹 내부 악재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09년 6월 동계 올림픽 유치 삼수에 나선 강원도 평창의 월드컵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면서 평창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조 위원장은 기업 경영을 뒷전으로 미루는 헌신 끝에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유치위원장을 맡은 22개월 동안 34차례의 해외 출장을 소화했고, 이동 거리만 50만9천㎞에 이를 정도였다.
이미 2008년 7월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아 체육계에 발을 내디딘 조 위원장은 2010년 6월 김진선 공동 조직위원장이 퇴임하자 혼자서 유치 업무의 수장 역할을 맡아야 했다.
단독 위원장을 맡은 조 위원장은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프레젠테이션할 일이 잦아지자 스피치 개인 과외를 받는 열성을 보이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평창올림픽 유치의 기쁨을 맛봤다.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이후 조 위원장은 2012년 2월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았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은 김진선 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김진선 조직위원장이 2014년 7월 사퇴하자 조직위는 총회를 열어 평창올림픽 유치에 혁혁한 역할을 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조직위원장직을 맡겼다.
유치위원장에서 조직위원장으로 변신한 조 위원장은 취임 첫해부터 갑자기 불거진 올림픽 한·일 분산개최 여론을 일축했고, 올해 초부터 시작된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기도 했다.
다만 조 위원장은 2014년 12월 '땅콩 회항' 때문에 불리한 여론에 휩싸였고, 지난 3월에는 대한항공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조종사 업무가 그렇게 힘드냐'는 댓글을 달았다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해운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한진해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등 안팎으로 그룹 내부에 난제가 쌓이자 조 위원장은 결국 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회 개막이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장을 잃은 조직위는 여형구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김기홍 기획사무차장, 이준하 운영사무차장, 김상표 시설사무차장 등이 사무국을 이끌어나갈 예정이지만 위원장의 부재는 당분간 행정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조양호 위원장은 "그동안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든 직원이 하나가 돼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개·폐막식장 이전, 분산개최 논란 등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지난 2월 정선과 보광의 테스트이벤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등 본격적 대회 운영 준비를 위한 기틀을 다졌다고 자부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사퇴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나를 믿고 열심히 따라준 조직위 모든 직원에게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새 위원장과 함께 흔들림 없이 올림픽 준비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 그룹 경영에 복귀해도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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