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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삼팔이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6.05.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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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쇼 하다 방류된 삼팔이… 지난달 15일 새끼와 함께 관찰돼

방류 돌고래가 새끼 낳은 건 처음

고생 끝에 행복 찾았으나 지금은 서식지 잃을 위기

제주도, 202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을 100㎿까지 늘릴 계획

한 쪽에서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풀어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서식지 파괴

서식지 파괴되면 삼팔이 같은 남방큰돌고래도 우리나라 연안에서 사라질 듯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대정읍 모슬포 앞바다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들. 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대정읍 모슬포 앞바다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들. 연합뉴스

3년 전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삼팔이가 지난달 15일 새끼와 함께 노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삼팔이는 2010년 5월 제주 앞바다에서 포획돼 불법 거래된 후 제주도의 한 수족관에서 3년 여간 돌고래 쇼를 하며 ‘관상용’으로 고통 받았던 돌고래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쇼를 하던 돌고래가 방류 후 새끼를 낳은 사례는 그간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삼팔이가 전 세계적으로 처음인 셈이죠.

사실 삼팔이는 방류 당시에도 다른 돌고래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원래 돌고래 방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불법 포획된 제돌이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주자고 하면서 시작됐는데, 함께 자연적응 훈련을 하던 삼팔이가 비바람으로 찢어진 가두리 틈으로 먼저 탈출한 겁니다.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진 건데요. 모두들 당황한 가운데 더욱 눈길을 끌었던 건 먼저 가두리를 빠져나간 삼팔이가 마치 친구들의 탈출을 독려하듯 미역을 입에 물고 특유의 놀이 행동을 하며 한동안 가두리 근처를 맴돌았다는 겁니다. 적응훈련이 다 끝나고 가두리를 해체한 후에야 바다로 향한 제돌이, 춘삼이보다 훨씬 과감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죠. 때문에 이를 본 사람들은 삼팔이가 다른 돌고래들보다 야생에 훨씬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고, 삼팔이가 새끼를 낳으며 기대가 현실이 됐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죠.

삼팔이의 번식이 중요한 이유는, 야생동물 복원 사업의 성공 여부가 스스로 지속 가능한 개체군을 형성하는 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 첫 단계가 바로 번식이죠. 동물원에서 야생성과 본능을 억압받으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도 예전처럼 생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동물원의 오락 기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돌고래 쇼는 상위 포식자인 돌고래의 공격적인 본능을 눌러 극도의 스트레스로 몰아넣는다는 지적이 잇따랐죠. 쇼를 하던 돌고래가 갑자기 조련사를 공격했다거나 벽에 일부러 머리를 부딪혀 죽었다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우 이러한 스트레스와 사람의 손을 벗어나 야생적응을 거의 완벽히 마친 삼팔이. 이제 좀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서식지를 잃을 지도 모르는 더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제주도가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1리, 영락리, 일과2리 일대를 대정해상풍력발전지구로 지정한 겁니다. 이곳은 제주도 일대에서 돌고래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삼팔이가 새끼와 함께 사는 서식처이기도 합니다. 해상풍력발전기는 설치 과정에서 굉장한 소음과 부유물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돌고래뿐만 아니라 바닷속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하는 돌고래의 경우,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바람개비가 돌면서 발생하는 저주파가 의사소통을 교란시켜 돌고래를 좌초시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 작년 말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진이 발표한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분포 양상’에 따르면 2012년 제주 한림읍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일환으로 기상탑 건설 공사가 실시된 후 한림읍 앞바다에서 돌고래의 모습이 전혀 관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림읍은 고래연구센터의 2011년 육상조사에서 돌고래 발견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탄소 제로 섬’을 목표로 202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설비용량을 10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현재 대정읍에 세우려는 해상풍력발전기가 설비용량 5~8㎿ 20기 가량인 것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대규모로 해양풍력발전기를 세우겠다는 겁니다.

한 쪽에서는 수족관에서 고통 받는 돌고래를 위한다며 바다에 풀어주고 몇 년째 관찰을 거듭하며 보호하려 하는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죠. 물론 해양풍력발전기는 탄소를 이용한 발전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해양풍력발전기가 하나 둘 세워질 때마다 수많은 돌고래들이 고통 속에 서식지를 잃게 됩니다. 특히 삼팔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는 연안에서 가까이는 5~10m, 멀어도 2~4㎞이내에서 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제주도 인근에서 더 이상 살 곳을 찾지 못하면 서식지를 빼앗김과 동시에 함께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으로 건너갈 수도 있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깊은 바다를 건너야 해 그 위험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망가진 후에 원상복귀 하려 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얼마나 더 잘 관리하고 남겨둘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장수진 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 연구원) 라고 강조합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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