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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명품의 범주

입력
2016.05.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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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선호는 고양이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웃집 담장 위에 나타난 고양이 오드 아이를 잡기만 하면 데리고 갈 사람이 있다고 하니. 녀석이 다시 사람의 집으로 들어가 거실을 누비며 편히 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제 포획틀을 구해 녀석을 잡는 일만 남았다. 종로구에는 종로구 캣맘이라는 단체가 있다. 길고양이를 위해 결성된 그런 단체는 온정과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할 터였고, 잘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기뻤다. 알아보니 아주 가까운 곳에 그 단체의 대표가 살고 있었다. 한 회원으로부터 대표의 연락처를 받았지만 나는 곧바로 전화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한 동네에 사는 그가 자신의 물건을 남에게 돌리지 않는 성격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획틀이 꼭 필요했던 나는, 망설임 끝에 연락을 했다. 개인이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두루 쓸 작정을 했을 거라 믿으면서. 그런데 서로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서 용건을 밝힌 뒤부터 그는 계속 무응답이었다. 실망한 나는 기다리다 못해 냉소적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문자를 보냈다. 한 생명이 달린 문제였고, 무쇠로 된 포획틀은 닳는 물건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 해도 대표가 포획틀을 빌려주지 않으면 개도 웃을 것 같아요. 빌렸으면 해요~^^” 상상해 보시라. 내가 종로구 캣맘 대표에게 포획틀을 빌렸을지 못 빌렸을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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