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보산안 마련에 속도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가 협업해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보상에 나서자는 옥시(RB코리아)의 제안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5년간 지지부진했던 체계적 보상안 마련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일 "옥시가 피해보상 전담팀을 꾸린다면 소통하겠다"며 "기존에는 언론조차 옥시와 접촉이 안된다고 들었지만 공식 입장을 밝힌만큼 이제 접촉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2013∼2015년 진행한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에서 조사 대상 530명 가운데 옥시 제품만 쓴 사용자가 220명, 옥시와 타사 제품을 함께 쓴 사용자는 184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업계의 협업을 제안했다.
옥시와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은 단일 브랜드 제품만 쓴 피해자 일부와 법원 조정을 통해 합의했지만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한 피해자의 경우 상당수와 아직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피해보상 협업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라며 "다만, 더 고민하는 부분은 기업이 내놓은 보상안에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한 기준을 만들 것인가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검찰이 7월께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6월까지 구체적인 보상계획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달 24일 19명으로 구성된 피해보상 전담반을 꾸리고 작업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관계자 역시 "옥시에서 공식적으로 제안이 오지는 않았지만 (보상 협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여러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 고객이 있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협의하면서 차근차근 피해자들께 보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임직원 약 10명과 의학계·법조계·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피해보상 전담반을 꾸리기로 하고 외부 인사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뿐 아니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피해보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보여주기식 대응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날 옥시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한 피해자 가족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해 발표한 뒤에도 공식 사과 한마디 않던 업체들이 갑자기 보상부터 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면피용'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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