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보다 작지 않아
여러 대기업 연루돼 있고
정부는 5, 6년간 책임 회피
곧 자연인 신분 되지만
피해자ㆍ입법부 가교役 할 것
옥시의 아타 사프달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머리를 숙인 2일 누구보다 만감이 교차한 이는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지난 4년 임기 내내 ‘안방의 세월호’ 사건으로 불리는 이 문제와 싸워온 정치인이다. 2013년에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처음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장 의원에게 갑자기 인터뷰를 요청하는 게 미안할 만큼 언론은 그의 목소리에 무관심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먼저 옥시 대표의 회견과 관련, “기업들이 진작에 저런 자세로 나왔어야 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자기 방어에 급급해 하지 말고 솔직하게 국민들 앞에 나설 차례”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월호 사건보다 컸으면 컸지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고 했다. 여러 대기업이 연루돼 있고, 유해물질 관리에 실패한 정부가 5,6년 동안 책임 회피를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준 것을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업들은 피해자들이 찾아가도 문전박대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만 돈을 썼다”며 “정부의 든든한 ‘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허용한 물질로 제품을 만들어 사고가 발생한 만큼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해당 기업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이제 정부가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태가 불거진 2011년 전부터 학계서 보고가 들어왔지만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미루면서 화를 키웠고, 문제의 화학물질(PHMG) 수입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해 흡입독성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명백한 직무 유기”라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궁극적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 발의 이후 지금까지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세상의 무관심”이었다. 장 의원은“언론도, 국민들도, 정부도, 입법부도 가족이 머무는 공간을 ‘아우슈비츠’로 만든 사건에 지금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이제서야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공분하고 있다”며 “검찰이 칼을 뽑으면서 사태가 재조명 받게 된 만큼 그 칼은 정부로도 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이달 말 19대 국회가 끝나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계속 반대만 하던 새누리당이 피해 구제에 전향적으로 나선 만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법안 처리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피해자들이 하소연 할 곳이 없어 국회를 찾고 있지만 문턱이 낮지 않은 현실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신분에서 벗어나더라도 피해자들과 입법부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박진만 인턴기자(서강대 신문학송학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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