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도 인기…태권도 인구 200만
이란 K-타워ㆍ한국 I-타워 추진
朴대통령 “韓ㆍ이란 공감’ 공연 관람
“보수적 문화에도 K팝 팬클럽 결성”
“‘코레이(한국인)’라고 소개하면 ‘양곰(대장금의 이란어 발음)과 주몽은 어떻게 지내냐’는 얘기부터 들어요.”
2일 이란 테헤란에서 만난, 한국외국어대 김지수씨는 이란의 한류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말했다. 테헤란 알러메흐 타비타버이 대학 교환학생인 김씨는 “이란인들이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에 대한 향수가 대단하고,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는 한국 연예인이 없을 정도로 K팝과 ‘태양의 후예’ 같은 새로운 드라마에 열광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방문기간에 청와대 지원 업무를 맡은 사업가 카멀도 “KBS월드 채널을 통해 최신 한국 드라마와 뉴스를 열심히 챙겨 본다”고 말했다.
‘대장금’과 ‘주몽’이 2006~2009년 시청률 90~85%을 기록하며 열풍을 일으켰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란 한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박 대통령의 이란 일정을 준비하면서 ‘대장금’과 ‘주몽’의 주인공인 이영애, 송일국씨의 동행을 적극 요청하지 않은 것은 이란 한류가 과거 영화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한국어교육기관인 테헤란 세종학당의 교사 정혜경씨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게 금기인 보수적 이슬람 문화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한국 아이돌 그룹 팬클럽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는 등 K팝 인기가 뜨겁다”며 “빅뱅, 동방신기, 엑소 등 모르는 아이돌 그룹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토지주택공사(LH)와 포스코 건설은 이란에 한류 문화복합공간인 K-타워를 세워 이란 접경 국가인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까지 한류를 확산시키는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이란 문화를 주제로 한 I-타워를 서울에 짓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뷰티 산업에 관심이 큰 이란 젊은 층을 겨냥해 코오롱글로벌은 이란 국영방송사 펜션펀드와 손 잡고 한국 화장품, 음식, 문화 콘텐츠 등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이란 국립박물관은 학술 교류를 약속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ㆍ게임ㆍ영화 등 콘텐츠 협력을 강화하기로 이란 정부와 합의했다.
‘한류 심기’ 일정으로 박 대통령은 2일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밀라드 타워’에서 ‘한ㆍ이란 문화공감’ 공연을 관람했다. 태권도 인구가 200만 명에 달해 ‘제2의 태권도 종주국’이라 불리는 이란의 태권도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태권도 품새ㆍ격파 시범 공연이 진행됐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이란 국립오케스트라는 ‘아리랑 연곡’과 이란 전통곡인 ‘이븐시나’를 연주했다. ‘한ㆍ이란 문학교류 행사’에는 김후란 신달자 장석남 시인이 초청돼 한국 시를 낭송했다.
테헤란=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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