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정상회담
철도 계약 53억弗
건설사들 대규모 공사 MOU 체결
정유운반선, 벌크선 수주도 재도전
“이란 정부 의지 불구 재원 부족해
건설사들 투자금 유치가 관건”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동행한 경제 사절단이 이란에서 거둔 성과는 그 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우리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 도로 공항 항만 등 인프라 건설과 석유플랜트 가스전 등 에너지 재건 사업, 그리고 병원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 등에 우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게 됐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이란의 각종 프로젝트 참여로 얻을 수 있는 경제 성과 규모는 371억달러(약 4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은 건설사들이다. 우선 철도와 수자원관리 등 인프라 사업에서 따낸 성과 규모만 116억 달러(13조2,000억원)다. 여기에 정유 시설 건설 및 개보수, 석유화학단지 건설, 가스 수출을 위한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 등 236억 달러(약 26조9,000억원)의 에너지 재건 사업에도 건설사들의 참여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란의 교통건설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우리 기업들이 얻은 성과로는 대림산업이 이란 알와즈와 이스파한을 잇는 53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철도공사 가계약을, 현대건설과 현대로템 컨소시엄이 17억 달러(약 1조9,400억원) 규모의 ‘차바하-자헤단 철도공사’ 수주 양해각서(MOU)를 맺은 게 대표적이다.
플랜트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20억 달러(약 2조2,800억원) 규모의 바흐만 제노 정유시설 플랜트 공사 1단계에 대한 MOU를, 현대엔지니어링은 36억달러(약 4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스파(석유화학단지) 12단계 확장 공사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현대건설은 30억 달러(약 3조4,200억원) 규모의 비드볼란드 가스정제시설 건설에 대한 MOU를, 대림산업은 19억 달러(2조1,700억원) 규모의 박티아리 댐ㆍ수력 발전 플랜트 공사에 대한 가계약을 맺었다. 이란의 가스를 오만으로 수출하기 위해 건설하는 15억달러(약 1조7,100억원) 규모의 해저 파이프 사업은 한국가스공사가 MOU를 체결한 뒤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차바하 경제자유구역 안의 발전, 담수, 수처리 시설을 건설하는 모크란 담수ㆍ발전 플랜트 건설(6억달러)은 두산중공업이 주요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특히 현대미포조선이 수주했다가 서방의 이란 경제 제재로 중단됐던 정유운반선 10척, 벌크선 6척 등에 대한 재수주도 추진되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이란의 대형 병원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MOU를 맺은 상태다.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사장 5명이 현지에 직접 날아갈 정도로 공을 들인 SK그룹도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SK텔레콤은 이란 에너지부, 가스공사 등과 협력해 15개 빌딩에 사물인터넷(IoT) 원격 전력제어 기술을 선보인 뒤 5,000세대에 IoT 가스검침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SK네트웍스는 이란 국영 자동차 회사인 ‘사이파’와 자동차 부품 공급 MOU를 맺었다.
이번 이란 특수는 건설사에게 수주액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10년 경제제재가 있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이란에서 굵직한 플랜트 프로젝트 위주의 수주로 신뢰를 쌓아왔는데 최근 6,7년은 사실상 관계가 끊겼었다”며 “인구, 자원 등에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이란과 관계 회복을 통해 해외 사업을 다시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공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지역2실장은 “이란 정부가 재건 의지는 충만한데 재원이 부족해 건설 계약을 맺을 때 주로 계약업체가 금융까지 끌어오는 파이낸싱 형태를 원한다”며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이란에 돈을 넣을 투자자를 얼마나 잘 구하느냐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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