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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을 오간 전신 화상도 철인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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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을 오간 전신 화상도 철인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입력
2016.05.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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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투리아 피트가 1일 오후 8시 15분 호주 포트 맥쿼리의 달리기 결승지점을 통과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투리아 피트 페이스북 제공.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투리아 피트가 1일 오후 8시 15분 호주 포트 맥쿼리의 달리기 결승지점을 통과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투리아 피트 페이스북 제공.

“다시는 달리기 힘들 겁니다” 2011년 9월 호주 킴벌리 마라톤은 모델 투리아 피트(29ㆍ여)의 인생을 180도 바꿔놨다. 피트는 경기 중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온몸의 65%에 화상을 입고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시작했다. 의료진은 피트에게 더 이상 런웨이에 설 수 없을 뿐 아니라 마라톤 경기 참가도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2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에 864일 간 병원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5년이 지나 피트는 이 말을 뒤집고 당당히 트랙 위에 섰다.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로 이뤄진 총 226㎞의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한 피트는 1일 오후 8시 15분 관중의 아낌없는 환호와 함께 호주 포트맥쿼리의 결승점을 통과했다. 수영 3.5㎞를 1시간 16분에, 사이클 180㎞를 7시간 13분에, 달리기 42.195㎞를 4시간 55분에 완주해, 대회 관계자들이 예상한 시간보다도 1시간 이상 빠르게 도착하며 강인함의 상징인 ‘철인’의 타이틀을 얻어냈다.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친 피트는 “사고가 난 2011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철인다운 소감을 남겼다.

피트의 도전은 호주 사회에 인간 승리의 귀감으로 번지고 있다. 그는 2014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최고의 여성으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의 젊은 호주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얼굴과 몸에 남겨진 화상 자국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대한 찬사다. “화상을 입었지만 포기하는 대신 더 알찬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피트는 학교 등 강단에서 강연을 진행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피트는 같은 아픔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서도 적극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철인 경기 도전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선천성 기형 또는 후천성 상해 환자들에게 복원수술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인터플래스트를 위한 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6만 호주달러(약5,200만원)를 계획한 모금은 2일 현재 4만1,000달러를 기록하며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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