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5월 2일
1946년 미국의 소아과 의사 벤저민 스포크(Benjamin Spock)의 육아 지침서 <The Common Sense Book of Baby and Child Care>가 출간됐다. 1998년 스포크가 숨질 때까지 49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전세계인의 ‘육아의 바이블’이 된 책이다.
그 전 통념적 육아법은 뉴질랜드 정신과 의사 프레더릭 킹(1858~1938)의 지침을 따랐다. 그는 아이가 보채더라도 혼자 재워야 하며 수유도 정해진 시각에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울 때마다 보듬어 젖을 먹이고 끼고 자면 강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키우지 못한다는 게 그의 요지였다.
반면 스포크는 “아이들은 각자 고유한 존재이며 단일한 지침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배고프다면 먹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고,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라고, 아이들의 본능과 “당신들의 본능”을 믿고 따르라는 거였다. 그의 메시지는 2차 대전 직후 젊은 부모들에게, 이후의 베이비붐 세대에게 말 그대로 복음 같은 지침이었다.
하지만 그는(그의 책은) 엄청난 영향력만큼 적잖은 부작용도 양산했다. 58년 개정판(2판)에서 그는 아이들은 엎어 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아 구토로 기도가 막힐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소아과학회가 유아를 엎어 재우는 게 유아돌연사증후군(SIDS)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힌 건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된 뒤인 1992년 무렵이었다. SIDS의 원인은 아직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회가 반듯이 재우기 캠페인(Back to Sleep)을 시작한 94년 이래 발생률이 크게 줄었다. 유아 할례 신봉자였던 스포크는 80년대 말에야 그 입장을 철회했고, 80대 말 채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이후 책 7판(1998)에선 두 돌 이후의 아이 식단을 완전 채식(Vegan)으로 바꾸라는 섣부르게 권고하기도 했다. 그는 60, 70년대 반전ㆍ인권 운동가로도 맹활약했다.
그의 책은 모두 9차례 개정판을 냈다. 그가 숨진 뒤에는 76년 재혼한 40년 연하의 두 번째 부인 메리 모건(Mary Mrgan)과 공저자 등이 개정판 작업을 주도했다. 그는 1903년 5월 2일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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