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 시장은 80% 안팎을 ‘2강’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틀어쥐고 있다. 나머지 20%를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나눠 가지는 구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3약’의 반란이 시작됐다.
쌍용차가 각고의 노력 끝에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쌍용차를 만년 적자의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올해 초 시장에 뛰어든 르노삼성차의 중형 승용차(세단) ‘SM6’도 파죽지세로 판매량을 늘리며 10년간 중형 세단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한 현대차의 ‘쏘나타’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수입해 파는 준대형 세단 ‘임팔라’ 이외에 이렇다 할 히트 차종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GM은 ‘올 뉴 말리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 말리부까지 성공하면 쌍용차, 르노삼성차, 한국GM이 돌아가며 한 차례씩 ‘홈런’을 치게 되는 셈이다.
완성차 3사의 릴레이 홈런이 완성될 가능성은 높다. 오는 19일 출시를 앞둔 말리부가 지금까지 공개된 디자인과 제원만으로도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말리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하루 평균 1,000대씩 사전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GM이 출시한 차 중에서 가장 빠른 사전 계약 속도다.
동급 세단 중 가장 긴 축간거리(2,830㎜)를 가진 말리부에는 1.5와 2.0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1.5 엔진은 동급 최대 복합연비(13.0㎞/ℓ)를 자랑하고, 2.0 엔진은 동급 최대 출력(253마력)을 발휘한다. 안전과 편의사양은 확충됐지만 가격은 이전 말리부에 비해 100만원 이상 내려간 것도 경쟁력을 높였다.
한국GM은 자동차 업계 최초로 고척스카이돔에서 신차 발표회를 열고,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하는 등 마케팅에도 유례없는 전력투구를 했다. 말리부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다른 차종의 광고를 줄이기까지 했다.
그만큼 한국GM에게 말리부는 중요한 차다. 수입ㆍ판매하는 임팔라와 달리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말리부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로 낮아진 국내 공장 가동률은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미래까지 쥐고 있다.
말리부가 가세하며 쏘나타와 K5, SM6가 경쟁 중인 국산 중형 세단 시장은 4파전을 벌이게 됐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업체들은 급성장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눌려 줄어들고 있는 중형세단 시장의 부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올 뉴 말리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며 “시승행사 등을 통해 차원이 다른 말리부의 주행성능이 입증되면 중형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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