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관계는 끊임없이 삐걱대고 종종 골짜기로 떨어졌는데, 그 원인은 일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외무장관회담의 시작부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무뚝뚝한 얼굴에 거친 단어를 쓰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을 맞이했다.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만면에 미소를 짓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왕이 부장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기시다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역사를 반성하고 중국 위협론과 중국경제 쇠퇴론을 퍼트리지 말라”는 등 4개항의 이행을 일본측에 촉구했다.
두 사람은 4시간이상 진행된 회담에서 “북한의 반복된 도발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평양의 핵야망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데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기시다 장관)고 밝혔다. 양측은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문제 등과 관련해선 평행선을 달렸다고 1일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기시다 장관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전달하자, 왕 부장은 “일본은 중국에 대항의식을 버리고 지역의 평화안정 유지에 노력해야 한다”며 정면 반발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전했다.
중국의 대일 요구는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킨다 ▦적극적이고 건강하게 중국의 발전을 다루며 ‘중국위협론’이나 ‘중국경제 쇠퇴론’을 퍼뜨리지 않는다 ▦경제면에서 중국을 대등하게 취급해 호혜를 바탕으로 협력을 추진한다 ▦국제협력에서 중국에 대한 대항심을 버린다 등이다. “솔직하게 논의했다”는 기시다 장관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듯, 양측은 뿌리 깊은 역사인식 문제와 남중국해 및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등 갈등현안에 첨예한 입장차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시다 장관은 회담후 “일중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고 양국간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단서가 됐다”고 의미 부여했다.
양측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남중국해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하고 중국이 이에 반발하면서 파열음을 내 온 관계를 어느 정도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5월26∼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미국ㆍ영국 등 6개국과 대(對)중국 비판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을 견제했다. 국제회의를 제외하면 중일 외교장관이 상대국을 방문해 회담을 갖기는 4년반만이다.??기시다 외무상은 리커창(李克强) 총리,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도 각각 회동을 갖고 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 대화를 촉진할 것을 확인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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