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축구 실력이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광저우 헝다가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하면서부터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유럽ㆍ남미 출신 감독과 선수들을 잇따라 영입한 결과로 평가됐다. 광저우 헝다는 지난해에 또 한번 우승을 일궈내면서 아시아권 최고의 클럽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지금의 광저우 헝다가 있게 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한국인 이장수 전 감독이었다. 충칭 리판을 2000년 FA컵 우승으로 이끌면서 ‘충칭의 별’이란 애칭을 얻었던 이 전 감독은 칭다오 벨이에이트, 베이징 궈안 등을 거쳐 2010년 2부리그에 있던 광저우 헝다를 맡아 첫 해 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이듬해에는 슈퍼리그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적을 일으키며 중국 언론들로부터 ‘아시아의 별’로 칭송받았다.
광저우 헝다가 26세 이하 선수들 영입에 주력함으로써 수 년간 호흡을 맞추며 명문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틀을 갖춘 것도 이 전 감독이었다. 2013년 ACL 우승 당시 광저우 헝다의 주축선수 대부분은 슈퍼리그 승격 직후 함께 스카우트 돼 4년째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었다.
1994년 갑(甲)급A리그로 출범한 중국 슈퍼리그를 본궤도에 안착시킨 것도 실상 한국 감독들이었다. 고 최은택 감독이 옌볜 푸더를 4위로 이끈 데 이어 이듬해에는 차범근ㆍ김정남ㆍ박종환ㆍ이장수 감독 등 네 사람이 슈퍼리그에서 경쟁했을 정도다. 올해에도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항저우 뤼청의 사령탑을 맡았고, 장외룡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위원장과 박태하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각각 충칭 리판ㆍ옌볜 푸더를 이끌게 됐다. K리그 강원FC 수장을 지낸 김상호 전 19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2부리그 상하이 선신의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들 뿐만 아니다. 윤빛가람과 하태균(이상 옌볜 푸더),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광저우 푸리), 김기희(상하이 선화)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 10여명이 중국 무대를 휘젓고 있다. 김동진ㆍ조원희 등 국가대표를 지낸 선수들도 다수가 중국 무대에서 한국 축구를 뽐냈다. 관영 신화통신조차 한국 출신 감독ㆍ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중국 축구가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조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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