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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중앙은행 공감대 없는 싸움

입력
2016.05.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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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발권력’ 공방

정부-중앙은행 공감대 없는 상황

한은 출자 통한 자본금 증자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 두 가지 방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제시하자

韓銀 ‘사회적 합의’ 내세워 거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서달라”고 한국은행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세부적인 방안으로 ▦한은의 산업은행 출자를 위한 산은법 개정 ▦현행법 내에서 한은의 수출입은행 추가 출자 ▦한은의 산업은행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인수 등을 제시했다. 한은은 공식 대화도 시작하기 전에 여론을 통해 등을 떠밀고 있다며 “국회 동의 등 사회적 합의 없이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ㆍ금융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ㆍ해운업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대부분을 산은과 수은이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 채권(산금채), 수은 채권(수은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보다 건전성 강화를 위한 자본 확충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해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세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가 제시한 방식은 한은 출자를 통한 자본금 증자, 그리고 코코본드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등 두 가지다. 그는 “현재 한은법 상 수은에 대한 출자는 문제가 없으며, 산은에 대한 출자가 필요하다면 산은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코코본드와 관련, 임 위원장은 “한은이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안은 현행 법률 상으로도 가능하며 인수 방법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시장에서 산은의 코코본드를 인수해주고, 산은이 발행물량을 늘리는 방식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코코본드는 자본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주식으로 전환 또는 상각되는 채권으로, 발행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투자자가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임종룡(왼쪽)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
임종룡(왼쪽)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

정부는 재정보다 발권력 동원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가능한 재정과 통화정책 수단의 조합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임 위원장은 “재정보다는 한은 발권력이 현실적으로 훨씬 신속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에서는 정부가 국회 동의를 거칠 필요없는 손 쉬운 방식의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은 고위 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은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부실을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한은이 위험을 떠안고 돈을 찍어 지원하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국회에서 관련 법이 개정되거나, 산금채나 코코본드 등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경우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고 그 때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역할 분담에 대한 공감대 형성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 이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들의 조합, 이 과정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 분담 등에 대한 컨센서스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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