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kt 선수단이 잠실 LG전에서 9회말 2아웃 이후 끝내기 합의 판정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kt
사상 첫 이틀 연속 끝내기 합의판정이 나올 뻔했다.
LG와 kt의 경기가 열린 1일 잠실구장. LG가 4-2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 LG 2루수 손주인은 김종민의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낸 후 곧바로 1루로 공을 뿌렸다. 급하게 귀루하는 1루 주자 심우준을 잡아내려 했지만 김준희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고, LG는 이날 두 번째 심판 합의 판정을 요구했다. 만약 판정이 번복된다면 '끝내기 합의판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LG는 후속 김연훈을 내야 안타로 출루시켜 2사 1, 2루에 몰리고 나서야 하준호를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전날(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경기와 묘하게 겹친 장면이었다. 4월30일 LG-kt전에서는 kt가 '끝내기 합의판정'으로 웃었다. kt는 3-2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1루 주자 이천웅이 도루를 시도하자 포수 김종민이 2루로 송구했고, 2루수 박경수는 타구를 잡아 이천웅을 태그했다. 하지만 원현식 2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하자 kt는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결과는 아웃으로 판정 번복.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올 시즌 처음 나온 '끝내기 합의 판정'이었다.
2014시즌 중반부터 시행된 심판 합의판정으로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경우는 세 번 있었지만, 판정이 번복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 8월2일 대전 KIA-한화전에서 한화 황선일이 9회말 1사 1, 3루에서 1루 땅볼로 세이프됐지만 합의 판정 결과 아웃으로 번복되며 경기를 마쳤다.
조범현 kt 감독은 1일 "(앞선 경기에서) 학습효과가 있어 가능했다"며 웃음 지었다. kt는 4월29일 LG전에서 두 차례 심판 합의판정 기회를 1회와 4회 일찌감치 소진했고 경기 후반 애매한 상황이 나왔지만 합의판정을 신청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30일 경기에서 kt는 9회말 투 아웃까지 심판 합의 판정 기회를 모두 남겨놔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낯선 '27번째 아웃카운트'였다. 도루 아웃을 잡아낸 김종민은 "2루와 거리가 있어 세이프인지 아웃인지 잘 보이지 않아 애매했다"며 "(박)경수 형이 합의 판정을 요청할 때 (확신에 찬) 표정을 보고 안심했다. 1점 차였기 때문에 아웃 판정이 나길 간절히 기다렸다"고 웃었다.
벤치에 합의판정 요청 사인을 냈던 박경수는 긴박함 속에서도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000% (아웃) 확신이 있었다. 글러브가 (상대 주자) 스파이크에 눌렸다"며 "순간적으로 합의 판정 기회를 모두 썼던 전날과 헷갈리면서 '오늘 우리 팀이 합의판정 신청을 했던가'가 생각나더라. 시간이 지나기 전에 빨리 합의판정을 신청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1점 차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최경철을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던 장시환에게는 더욱 소중한 아웃카운트였다. 장시환은 "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야수들과 마운드에 모여 있었다. 경수 형이 스파이크 자국이 난 글러브를 보여주면서 '아웃이다'고 하더라"며 "(어색함 등) 다른 느낌을 느낄 새가 없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며 웃음지었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