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석을 수놓은 5,000여 개의 노란 풍선에 추억이 넘실댔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기획한 ‘토토가2-젝스키스’편이 18.9%란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00년 해체 후 다사다난했던 여섯 멤버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자신들을 기다려 준 팬들 앞에 선 모습은 16년 전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스포일러 논란부터 고지용의 출연 여부까지. 지난 3주 동안 ‘토토가2-젝스키스’편이 남긴 에피소드들을 정리해봤다.
스포일러에 울다
제작진이 지난 5개월 간 극비에 부쳐온 젝스키스 게릴라 콘서트가 지난달 7일 스포일러로 무산됐다. 공연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자 제작진은 6일 공식 트위터에 “7일 공연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기다려주시고 성원해주신 시청자들에게 양해의 말씀 드린다”는 공지사항을 올렸다. 공연이 진행될 시간과 장소를 당일 기습적으로 공개해 관객을 모으는 게릴라 콘서트의 특성 상 불가피한 행사 취소였다.
모든 계획을 원점으로 돌려야 하는 제작진으로선 김이 샜고 여섯 멤버의 재결합을 학수고대해 온 팬들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이 젝스키스 다섯 멤버들에게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공연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받으며 기밀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스포일러를 막지는 못했다.
고지용, 16년 만에 방송출연
2000년 해체 이후 나머지 다섯 멤버들이 음반 발매와 예능 출연 등 크고 작은 활동을 해 온 것과 달리 고지용은 연예계를 떠난 뒤 그야말로 두문불출이었다. 사업가로 변신해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전해질 뿐이었다.
이후 2013년 미녀 의사로 방송가에 얼굴을 알린 허양임씨와의 결혼 소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이듬해 득남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과연 그가 16년 만에 멤버들과 무대에 설지 여부는 자연스럽게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14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고지용이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등장해 젝스키스의 히트곡 ‘기억해줄래’와 ‘커플’을 부르자 현장에 모인 팬들의 함성은 더 커졌다. 특히 30일 방송에서 그가 “나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이번 방송을 계기로 멤버들이 더 활발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을 땐 청춘을 함께 한 멤버들이 잘 되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전해졌다. 한편으로 이제 다시는 그를 방송에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서운함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이재진의 재발견
고지용을 제외한 젝스키스 다섯 멤버 중 이번 방송에서 가장 주목 받은 멤버는 이재진이 아닐까 싶다. 그는 젝스키스 활동 당시에도 과묵한 모습으로 팬들 사이에서 늘 베일이 싸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공연에서 부를 곡을 고르던 중 “무한도전이 코미디(프로그램)냐”는 돌발 질문을 해 무한도전 MC들을 당황하게 했고 정적을 깨는 독특한 웃음소리로 눈길을 끌었다. 그림 실력이 뛰어난 그가 유재석의 초상화를 그린 뒤 "내가 그린 그림이니 내가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선 진정한 4차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가족사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30일 방송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앞둔 그는 “한창 활동할 때는 어머니, 아버지도 살아계셨을 때였다. 어머니가 다시 활동하길 바라셨다”며 2005년과 2008년 각각 운명을 달리한 부모님에 대한 사연을 털어놨다.
이날 이재진의 여동생이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부인인 이은주씨가 등장해 활동 당시부터 유명했던 남매의 돈독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재진은 동생을 가리키며 “이제 내 편은 동생과 조카들, 동생의 남편밖에 없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토토가 시즌3는 H.O.T?
이제 관심은 ‘토토가 시즌3’에 몰렸다. 30일 ‘젝스키스 편’ 마지막 회 방송 말미 유재석과 하하는 “‘토토가2’가 끝이 아닐 수 있다. ‘토토가3’도 기대해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방송이 끝나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토토가3’는 그룹 H.O.T 편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오갔다.
네티즌들은 이날 H.O.T 멤버 토니안의 출연을 복선으로 꼽았다. 김재덕의 지인으로 출연한 토니안은 “활동 당시 젝스키스 무대를 모니터링했다”며 “만약 H.O.T도 컴백해서 연말 시상식에서 젝스키스를 만난다면 (어떨까)”이란 말을 남겨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에 김재덕도 “젝키는 젝키만의 추억이 아니다. 팬들도 있고 H.O.T도 있어서 추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대답하며 당시를 그리워했다.
젝스키스의 무대의상을 재현한 유재석이 H.O.T의 문희준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일명 ‘칼머리’를 선보인 것도 H.O.T 출연을 예고한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고지용까지 섭외한 무도 제작진이라면 H.O.T 모으는 건 일도 아닐 듯” “애기 안고 갈게요. H.O.T 완전체 꼭 보고 싶어요” 등의 의견을 온라인에 올렸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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