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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미수 중학생 부모에게 “역할 못해” 손배 책임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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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미수 중학생 부모에게 “역할 못해” 손배 책임 물려

입력
2016.05.0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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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남동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A(2013년 당시 15살)군은 1학년 때부터 왜소한 체격 등을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2학년 때 체격이 커지면서 괴롭힘에서 벗어났으나 3학년에 올라가서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같은 반에도 친한 친구가 없었다.

조울증 증세가 심해져 자살 충동까지 느끼던 A군은 2013년 8월 18일 오후 3시 15분쯤 인천 남동구 자신이 살던 빌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개학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개학해도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고 1학년 때처럼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부담감에 자살 충동을 느낀 것이다.

허리춤에 주방에서 가져온 과도를 꼽고 옥상을 오르내리던 A군은 빨래를 걷기 위해 옥상에 올라온 이웃 주민 B(53ㆍ여)씨를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혼자 죽으면 너무 무섭고 아는 사람 누군가와 같이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A군은 B씨에게 몰래 다가가 흉기를 휘둘렀다. A군은 쓰러진 B씨에게 “아줌마 죄송해요. 폭발할 것 같아요”라고 소리쳤다. A군은 계단으로 도망가는 B씨를 쫓아가 목, 가슴, 허벅지 등을 수 차례 찔렀다.

목 부위 동맥이 절단되는 등 큰 상처를 입은 B씨는 다행히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건졌다.

A군은 이후 경찰에 붙잡혀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2013년 6월 11일 A군이 사건 당시 만 14세 미만인 점을 고려해 소년부 송치 결정을 했다.

B씨는 형사 재판과는 별도로 A군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는데 법원은 A군이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부모에게 배상 책임을 물렸다.

인천지법 민사10단독 정원석 판사는 A군의 부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4,318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B씨의 흉터 성형 등 치료비 432만원 가운데 A군의 부모가 이미 지급한 114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치료비 318만원과 B씨가 청구한 위자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사건의 발생 원인 등에 비춰 A군의 부모가 친권자의 지위에서 A군을 보호ㆍ교양할 법정의무자로서 의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판사는 “원고로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주거지에서 아무런 까닭이나 영문도 없이 이웃으로부터 무차별적이고 참혹한 칼부림 공격을 당했다”며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중대한 위험에 처해진데다 현재까지도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어 피고는 그 고통에 상응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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