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4월까지 5척 불과…평년 대비 20분의 1
삼성중공업 올해 1척도 수주 못해
국내 대형 조선소의 일감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4개월이 되도록 조선 빅3가 수주한 선박이 5척에 불과하다. 평년의 20분의 1 수준으로 이대로 가면 내년부터는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의 절반이 비게 된다. 현재 인력의 절반 가량이 일손을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수주 가뭄 현상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이들 조선 3사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올해 4월에 단 1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들 3사가 동시에 월간으로 수주를 전혀 하지 못한 경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사실상 '수주 절벽'이 현실화된 셈이다. 이들 빅3의 경영진이 해외까지 나가 기존 거래처 등을 설득하고 다녔지만 조선 불황에 발주하겠다는 업체를 찾지 못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의 씨가 말랐다"면서 "소형 상선 1척이라도 나오면 수백 개 업체가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전체로 확대하면 조선 빅3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이들 빅3가 수주한 선박은 5척에 그쳤기 때문이다. 조선 빅3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분기당 100여척씩 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아시아 선주로부터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척, 3월에는 중동 선주로부터 석유화학제품(PC)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3월 자회사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가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 2척의 계약을 자사로 돌려 수주 실적으로 삼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아예 수주가 없다. 삼성중공업이 문을 연 이래 이렇게 오랫동안 수주를 못 한 적은 처음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만명이 근무하는 조선소가 4개월째 수주를 못 했다는 것은 위험 정도를 넘어 벼랑 끝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 5만여명의 직영 인력이 근무하는 조선 빅3로서는 이런 '개점 휴업' 상태가 계속되면 내년까지 버티기 힘들어진다. 그동안 수주해 놓은 일감으로 올해는 버틴다 하더라도 내년에는 급속히 비는 도크를 감당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대우조선이 빅3 중 가장 많은 2년치 일감을 확보해놓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추가 수주가 이어지지 않으면 일감이 급속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올해 5월 이후의 상황도 암울하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수주 절벽' 현상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가파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호재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전 세계적으로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발주 물량 자체가 드문 데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보강한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이 사활을 걸고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주가 약간 있었지만 중국이 저가 공세로 쓸어가 버리면서 우리 조선업체들의 입지는 더 줄어들었다"면서 "문제는 올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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