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을 다 봤는데 영 개운치 않다. 홍길동 인생사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됐고, 영화 말미 등장한 또 다른 배우의 정체도 궁금했다. 속편을 위한 감독의 의도라면 성공한 셈이다.
오는 5월 4일 개봉하는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사건해결률 99%를 자랑하는 불법탐정사무소 활빈당의 대표 탐정 홍길동이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을 찾아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홍길동은 이 과정에서 거대 조직 광은회를 만나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린다.
이제훈이 타이틀롤 홍길동을 맡았고 고아라는 그를 돕는 황회장을 연기했다. 광은회 우두머리 강성일 역에는 김성균이 나섰다.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표현주의적 연출을 가미했다. 빛이 나고, 짙은 안개가 깔리는 등 할리우드 고전 느와르 장르 느낌을 극대화 했다.
내용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고전 소설의 전체적 배경을 따왔다. 홍길동은 원수 김병덕이 납치당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곳에서 김병덕의 손녀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 자매를 만난다. 동이와 말순은 홍길동의 어두웠던 내면을 치유하고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다.
말순 역의 김하나는 홍길동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웃음의 문도 활짝 연다. 귀여운 어린아이가 내뱉는 쉴 틈 없는 돌직구가 황당하면서도 당돌하게 느껴진다. 심하게 어색한 '로봇 연기'가 극 중 상황과 오묘하게 어울린다.
김성균의 악역 변신도 눈길을 끈다. 똑똑한 두뇌와 밀리지 않는 힘으로 광은회 조직을 이끈다. 고아라는 짙은 화장과 시크한 말투의 황회장 캐릭터를 완성했다. 짧은 출연이지만 강렬하다. 만약 '활빈당의 탄생'이라는 프리퀄이 만들어진다면 황회장의 분량은 늘어나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프리퀄, 시퀄을 떠올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탐정 홍길동'은 영화를 넘어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다만 본편의 흥행 성적에 속편 제작 여부가 달려있을 뿐.
사진=영화 '탐정 홍길동' 포스터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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