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먹자골목(신천)은 국내의 대표적인 프로야구 상권이다. 인근 잠실야구장을 찾은 사람들이 경기가 끝나고 모이는 뒷풀이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 상권이 지금과 같이 확대된 이유로 프로야구 출범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요즘에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더 높아지면서 근처의 재래시장 '새마을 시장'에 까지 프로야구 바람이 불었다.
◆ 새마을 시장, 치킨 매장 최다
새마을 시장은 야구 경기를 보면서 먹을 포장음식 판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잠실구장에 입점한 매장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메뉴도 다양해서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년 전 부터 경기 관람 전 필수 코스로 입소문을 탔다.
그래서인지 새마을 시장에는 '야구장 필수품'인 치킨 매장이 많다. "오늘 튀긴 닭은 내일 팔지 않는다"는 '더치킨맨'과 닭을 60마리 튀기면 새 기름을 쓴다는 '60계', 아예 야구팬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야구에 한 맺힌 닭'까지 5개다. 새마을 시장 최다다.
여기에 닭강정을 파는 매장까지 합치면 치킨집은 7개나 된다. 특히 새마을 시장에 있는 닭강정 매장인 '깻잎 닭강정'과 '김판조 닭강정'은 맛으로 먼저 알려진 곳이다. 새마을 시장이 주말마다 문전성시를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밖에 분식과 족발도 각각 4개의 점포가 성업 중으로 인기 메뉴들이다. '칼라분식'과 '공씨네 족발집'이 유명하다.
칼라분식 이근우 대표는 "야구팬들뿐 아니라 야구 선수들도 자주 들러 음식을 사간다"며 "한 세트에 떡볶이, 튀김, 순대 등 여러가지가 담긴 메뉴, 칼라모듬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 뒤풀이는 고기
▲ 신천의 대니스펍은 여러개의 TV를 설치해 누구나 어디에서도 원하는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위사진).대도 갈비는 소주이름에 각 프로야구 구단의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
새마을 시장이 야구 관람을 준비하는 곳이라면 먹자골목은 관람을 마친 야구팬들이 뒤풀이를 하는 곳이다. 프로야구 시즌 여부에 따라 상가 시세도 오르내릴 만큼 야구팬들의 영향이 큰 상권이다.
그렇다면 야구장에서 보통 치맥을 즐기는 야구팬들이 선호하는 뒤풀이 메뉴는 무엇일까. 신천 먹자골목의 177개 매장을 직접 조사한 결과 삼겹살, 곱창 등 고기 매장이 62개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35%나 된다.
고깃집 다음으로는 '술집'매장이 54개로 두번째였다. 여기에는 포장마차나 일본식 술집, 횟집 등 기타 메뉴의 매장이 포함된다.
반면 치킨집은 13개 밖에 안됐다. 그나마도 뒤풀이를 할 만한 공간이 있는 매장은 3~4개에 불과했다. 맥주집도 35개나 있었지만 대부분 안주를 잘 먹지 않는 스몰비어 혹은 수입 병맥주집이었다.
◆ 주말ㆍ플레이오프가 대목
정확한 통계를 구할 수는 없지만 주말에 매출이 껑충 뛴다는 것은 상인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상인들마다 구체적인 매출 증가 수준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평일의 2배 정도라는 답변이 많았다.
서울팀의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에도 매출이 증가한다고 했다. 상인들은 매년 '가을 야구'때는 평일에도 주말과 같은 매출 증가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팀의 성적이 좋을 때 이는 극대화된다.
신천의 한 고깃집 상인은 "작년에 두산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던 날에는 가게가 새벽까지도 사람들로 가득했다"며 "팬들의 행복한 에너지 덕분에 일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야구가 1년 내내 열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천 상권이 살아남기 위한 최대 관문이 바로 비 시즌을 견뎌내는 것이다. 실제로 신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지역의 부동산 시세도 프로야구 개막과 폐막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신천 먹자골목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한 상인도 "이 지역의 매장들은 프로야구 시즌 중에 매출을 좀 더 많이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공백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진짜 문제이다" 며 "많은 매장들이 이런 어려움 때문에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지방 팬 중에서는 KIA팬이 최다
팀별로 신천 먹자골목을 많이 찾는 팬이라면 당연히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다. 그렇다면 원정 팬 중에서는 어떤 팀 팬이 가장 많을까.
상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KIA 타이거즈'. 다양한 팀의 팬들이 고객인 만큼 많은 상인들이 대답을 꺼렸지만 기아의 팬이 많다는 것에는 전부 동의했다. 이들이 가장 열정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곳을 찾는 팬이 적어 보이는 팀으로는 NC다이노스와 KT위즈가 꼽혔다. 둘 다 신생팀이다. 특히 NC는 홈 구장이 마산이라 서울로 원정을 오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렇다고 특정 팀을 선호하는 상인은 없었다. 오히려 가게가 특정 팀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특정 팀을 응원하고 해당 팀 선수들과 친분도 있다는 한 상인은 "내가 어떤 팀을 좋아한다고 손님들에게까지 그것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며 "야구 팬이라면 누구든 우리 가게를 기분 좋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직접 뛰어보자' 야구연습장도 인기
야구 팬들이 많이 찾는 만큼 신천에는 야구연습장도 많다. 총 4개나 있다. 그 중에 3개가 최신 시설을 갖춘 스크린 야구장이다. 다른 번화가에서 야구 연습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신천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가 야구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들 야구연습장은 경기 시작 전보다 경기가 끝난 후가 더 붐빈다. 야구를 보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은 야구팬이 주 고객층이다.
관전 후 야구 연습장을 즐겨 찾는다는 한 야구팬은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본 직후 야구연습장에 가서 직접 배트를 휘두르다 보면 나도 프로선수가 된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특히 응원하는 팀이 진 날이면 더 오래 연습장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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