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이 태도 바꾼다면 국회의장 아니라 뭐든지 협력”
공식일정 시작하자 조건부 발언
“20대 국회 원내대표 협상 중요”
새누리ㆍ더민주 대항마 찾기 분주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의원이 여의도 정치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3당 체제인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과의 협상이 중요해진 만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박지원 대항마’ 찾기에 분주하다.
박 의원은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서 협조 요청을 해 오면 국회의장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국회의장을 제1당인 더민주가 아니라 새누리당에 줄 수 있다는 조건부 발언은 여당에겐 유혹이지만, 더민주에게는 경고였다. 박 의원 측은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지만, 더민주 내부에선 박 의원이 첫 공식일정을 시작하는 날부터 판을 흔드는 발언을 내놓자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원내대표 후보군인 4선의 강창일 안민석 이상민 의원과 3선의 노웅래 민병두 변재일 우상호 우원식 홍영표 의원 등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 의원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4선 의원들은 박 의원의 협상력에 밀리지 않으려면 동등한 정치적 위치가 중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강창일 의원은 “박 의원의 정치력을 감당하려면 우선 선수가 높아야 하고, 무조건 싸워서도 안 되고 소통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상민 의원은 “법사위원장으로서 박 의원과 손발을 맞춰왔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은 “박 의원에 대응할 수 있는 경륜이 있는 분을 합의 추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병두 의원은 “박 의원에 대항하려면 전략적 감각은 물론 수를 다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며 민주정책연구원장 출신인 자신이 박 의원의 가장 유효한 ‘대항마’임을 강조했다. 우상호 의원은 “50대 리더십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한 초선 의원은 “제 아무리 원내대표 후보의 정책 콘텐츠가 훌륭해도 박 의원에 밀리면 효용이 없는 것 아닌가”라며 “많은 의원들이 박 의원에 맞설 원내대표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도 박 의원 등장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20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더민주의 공세에 맞서면서 협상력이 뛰어난 박 의원까지 상대해야 되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 권한대행은 당의 새 원내대표에 대해 “국민의당의 선택이 국회 운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우리도 거기에 걸맞은 정치력과 경험이 있는 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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