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조선 관련(계열사 포함) 임원 25%를 감축했다. 정부발(發)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조선업계에선 대규모 감원과 임금 삭감 등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맺었던 5조3,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 건조 계약도 취소되는 등 가뜩이나 수주 가뭄을 겪는 조선업체들은 일감마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8일 현대중공업 상반기 인사에 따르면 240여명의 조선 관련 임원 중 6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신규 임원 승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급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일감 부족상황에서 생존과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2015년 4조8,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이에 지난 26일 긴급 담화문을 통해 “변화된 경영 환경에 맞도록 조직과 인력 운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직원들의 고통 분담을 촉구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추가 감원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5명이던 임원을 39명으로, 삼성중공업도 112명을 83명으로 줄인 바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1만2,300여명인 직원을 2019년까지 1만명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지만 채권단은 추가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희망퇴직과 임금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석유에너지 기업 ‘셸’과 체결한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3척의 건조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실제 건조 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삼성중공업으로선 5조원이 넘는 대형 일감이 사라진 셈이다. 계약이 취소된 건 호주 브룸시 북서부 425㎞ 해상에서 진행중이던 브라우즈 가스전의 개발 계획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계약 해지로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올해 3월말 기준 348억달러에서 300억달러(약 34조원)로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셸과 2009년 장기공급계약을 체결, FLNG 분야에서 계속 협력해 왔다”며 “이번 계약 해지와는 무관하게 협력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2014년 수주한 2억달러(약 2,277억원) 규모의 ‘선박 호텔’ 계약이 취소됐다. 노르웨이 에다어코모데이션은 최근 납기 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해양숙박설비의 발주를 취소한다는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에다어코모데이션의 잦은 설계 변경 때문에 인도가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영국 런던해사중재협회에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선박 호텔은 95% 이상 건조가 진행됐으며, 현대중공업은 1분기 실적에 계약 해지로 인한 손실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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