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오재일(왼쪽)-SK 최정민. /사진=임민환 기자
믿었던 외국인 타자가 제 역할을 못해줘 사령탑의 계산이 어긋났지만 강한 '토종 잇몸'이 걱정을 덜었다. 팀 성적도 오히려 올라갔고, 수비까지 안정을 찾았다. 나란히 1, 2위를 달리는 두산과 SK가 현재 그런 상황이다. 두산이 지난 26일 부진한 닉 에반스(30)를 1군에서 말소했고, SK도 28일 헥터 고메즈(28)를 뺐다.
김태형(49) 두산 감독은 에반스를 2군으로 보내면서 오재일(30)을 새로운 4번 타자로 언급했다. 에반스는 올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0.164(61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반면 오재일은 27일까지 타율 0.444(54타수 24안타) 3홈런 14타점으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루 수비 능력도 에반스보다 오재일이 뛰어나다.
김 감독은 "오재일이 기대 이상으로 매우 잘하고 있다"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은 뒤 "에반스는 계속 경기에 나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선수 자신이 감을 찾아서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희(61) SK 감독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가 결국 28일 결단을 내렸다. 고메즈는 19일 넥센전을 앞두고 가래톳에 통증을 느낀 이후 8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대타로 두 차례 나갈 만큼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몸 상태보다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타격 감이 문제였다.
고메즈의 성적은 타율 0.196(56타수 11안타) 3홈런 7타점. 삼진은 14개나 당했고, 출루율도 0.237로 저조하다. 그 사이 2012년 입단 후 주로 2군에서 뛰던 백업 내야수 최정민(27)이 기회를 잡았다. 고메즈가 맡았던 포지션은 올해 2루수로 변신한 김성현이 다시 유격수로 돌아갔고, 김성현의 자리는 최정민이 들어갔다. 20일부터 선발 출전한 최정민은 타율 0.409(22타수 9안타) 출루율 0.417로 하위 타순에서 힘을 보탰다. 공을 맞히는 능력과 선구안, 팀 배팅에 능한 모습을 보였다.
감독 마음은 '이보다 강한 잇몸'이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국인 타자가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야구는 결국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한다. 또 영입을 위해 구단에서 거액도 쏟았다. 김태형 감독은 "오재일이 잘해주고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외국인 타자도 함께 잘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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