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제약회사 광고 중에 “대한민국 청춘하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청춘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청춘하세요’는 국어의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하다’가 단어를 만드는 힘은 매우 크지만 ‘청춘하다’라는 말까지 만들 수는 없다. ‘운동하다, 정리하다, 생각하다’에서 보듯이 ‘하다’는 동사성의 의미를 지닌 말과 결합하여 새 동사를 만든다.
하지만 ‘청춘’은 동사성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학생하다, 노년하다’라는 말이 없듯이 ‘청춘하다’라는 말도 만들어질 수 없다. 물론 ‘밥하다, 나무하다’처럼 동사성이 없는 말에 ‘하다’가 붙어 된 말도 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밥을 하다, 나무를 하다’와 같은 표현이 오랜 시간에 걸쳐 쓰이면서 단어가 된 경우이다. ‘청춘하다’는 ‘청춘을 하다’라는 말이 없으므로 이런 예도 아니다.
아마 이 말을 만든 사람도 ‘청춘하다’가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일부러 어법에 어긋난 말을 씀으로써 대중의 눈길을 끄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또 유행처럼 일부 계층에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이 보는 글이라는 점에서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다’를 억지스럽게 붙이는 말은 이전에도 일부 광고에서 쓰였다. 식품 광고의 ‘연두해요’, 전자제품 광고의 ‘쿠쿠하세요’, ‘액스캔버스하다’ 등은 제품명에 ‘하다’를 결합하여 동사로 쓴 경우이다. 모두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예들이다.
물론 이런 말들이 광고 전략 면에서는 성공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광고도 공익을 생각한다면, 참신하면서도 우리말의 질서에 맞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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