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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세상의 이치

입력
2016.04.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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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로부터 어제 받은 수수팥떡을 오늘 아침까지 먹었다. 약간 질척하게 만든 팥을 듬뿍 묻힌 수수팥떡은 아주 맛있었다. 아직도 가족의 생일날 집에서 떡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한편, 도시적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만든 떡이라 잔잔한 감동까지 느껴졌다. 음식을 주제로 한 방송을 여러 방송에서 앞다퉈 내보내고 있는 요즘, 나는 두 종류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하나는 신세대 주부들이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따위를 몽땅 들어내 버린 채 생활한다는 말이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살림살이가 없는 그들의 공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냉기가 돈다. 다른 한 종류의 말은, 온갖 음식을 부지런히 만들어 먹는다는 말이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세상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 어머니가 직접 만든 생일 떡을 먹어본 사람과 안 먹어본 사람의 정서는 다를 것이라 나는 믿는다. 가족의 생일날 떡을 만들던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그 가정의 구심점 역할을 했을 거라고도 믿는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쑥 뽑아 내미는 한 장의 티슈도 고맙지만, 깨끗이 빨아 다린 손수건을 내미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모든 신뢰와 존경의 밑바탕에는 희생과 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늘 이익을 남기는 사람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신뢰와 존경일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공정한 이치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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