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핵무장 용인론'은 내놓지 않아
전날 미국 동부 5개주 경선에서의 압승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가능성이 높아진 도널드 트럼프가 27일 또다시 주요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진행된 외교정책 연설에서 자신의 외교ㆍ안보 구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설명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비행기와 미사일, 선박, 장비 등에 수조 달러를 지출했다.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이 방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들 나라가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준비해야만 한다.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이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또 아시아 동맹들과의 각각의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재조정뿐만 아니라 나토의 낡은 임무를 어떻게 개선할지 등 새로운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권에 성공한다면 안보 공약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전통 동맹국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양보를 얻어 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나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됐던 북한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 힘을 빌리지 않고 자체 핵무장에 나서는 걸 용인하겠다는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핵 능력을 확장하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무기력하게 쳐다 보고 있다”면서 “심지어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대한 우리의 경제·무역 영향력을 사용하지는 않은 채 오히려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재산을 공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우리의 경제력을 행사하는 등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 “중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총체적 재앙이다”며 기존의 무역 정책을 성토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잘못된 세계화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내 행정부(트럼프 정부)는 우리의 능력을 약화하는 어떤 협정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완벽하고 총체적인 재앙”이라고 비판하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싸잡아 “오바마-클린턴의 개입 정책은 유약하고 혼란스럽고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여전히 상호 모순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외교ㆍ안보정책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날 특유의 즉흑 연설 대신 프롬프터를 통해 미리 준비된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는 등 외교ㆍ안보 분야에서의 식견이 낮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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