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시장 수요 둔화로
아이폰 판매량 16% 줄어
쉼 없던 성장신화 마침표
아이폰 의존도 낮추기 쉽지 않아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워
“이젠 스마트폰 제조업체 아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돈 벌 것”
애플이 고속 성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아이폰의 판매량이 부진해지면서 분기 실적이 1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2007년 스마트폰의 원조인 아이폰을 선보인 후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오르막길만 걸었던 애플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한 것 아니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은 1분기에 매출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100억원), 순이익 105억2,000만달러(22조1,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2.8%, 순이익은 22.5% 감소한 것이다. 애플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13년 만이다.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부진이었다. 애플이 1분기 판매한 아이폰은 총 5,120만대로, 2015년 1분기보다 990만대(16.2%)나 감소했다. 아이폰의 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도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이다.
애플의 암울한 성적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견됐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은 매출 759억달러, 순이익 184억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그러나 당시 매출 증가율은 2013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었다.
4분기와 1분기는 애플이 매년 9월 발표하는 아이폰 신제품의 판매가 가장 많은 때다. 그럼에도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가율이 꺾인 데 이어 올 1분기 실적도 저조했다는 것은 결국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6s 시리즈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혁신을 내 놓지 못한 애플에게 더 이상의 깜짝 실적도 없었던 셈이다. 정보기술(IT) 업계 일각에선 새로운 혁신이 없는 한 애플의 영향력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아이폰 신화가 멈춰선 데는 중화권의 수요 둔화가 결정적이었다.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을 아우르는 중화권은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25%를 책임지는 거대 시장이다. 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중화권 매출은 지난해는 네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지만 올 1분기에는 26%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주 매출이 10%, 유럽은 5%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중화권의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화웨이, 샤오미, ZTE, 오포 등 중국 현지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시장을 나눠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애플은 지난달 4인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을 출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세계적으로 판매 비중이 늘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격으로 중국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는 건 무리였다. 중저가폰의 주요 판매 지역인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이미 ‘갤럭시J’ 시리즈 등을 앞세워 압도적 1위를 점하고 있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중저가폰은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전망은 더 암울하다. 애플은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 애플뮤직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매출 성장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애플은 또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암호명 아래 2019년 완제품 출시를 목표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시장도 이미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애플 역시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전년 동기보다 낮은 매출 410억~430억달러(약 47조1,000억~49조4,000억원)로 제시,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애플의 추락은 상징성이 크다. 샤이라 오바이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은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 업체들의 위기를 예고했다.
그러나 애플이 하반기 혁신적인 아이폰7을 내 놓을 경우 흐름을 다시 바꿔놓을 수도 있다. 시장의 대기 수요도 적잖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화웨이 등이 애플 부진에 따른 반사 이익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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