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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 지렛대로 대화냐 공세냐… 김정은 ‘핵 독트린’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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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 지렛대로 대화냐 공세냐… 김정은 ‘핵 독트린’에 주목

입력
2016.04.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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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경제 병진노선은 포기 못해

당 규약 개정해 공고화 전망

핵 선제적 불사용 원칙 내세워

제재 회피 위한 유화책 가능성

핵 개발 유예선언 후 출구 모색

전격적 대남 제의 내놓을 수도

협상 염두 둔 강경노선 배제 못해

핵실험 실시 여부가 가늠자 전망

27일 북한 매체는 다음달 6일 36년 만에 제 7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23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북한 노동신문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처음으로 수중 발사했다고 밝히며 공개했던 장면과, 이를 참관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7일 북한 매체는 다음달 6일 36년 만에 제 7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은 23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북한 노동신문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처음으로 수중 발사했다고 밝히며 공개했던 장면과, 이를 참관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다음달 6일 개최할 제7차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핵 독트린’이 최대 관심사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에서 핵 보유국 천명을 넘어, 향후 핵무기 개발 및 운용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예상이다. 핵 개발 폭주를 멈추고 대화국면 모멘텀을 마련할지, 핵 무기로 끝장을 보려는 ‘마이웨이’를 고집할 지가 핵심이다. 당 대회를 분수령 삼아 한반도 정세가 또 한번 고비를 맞는 것이다.

‘핵 경제 병진’ 브랜드로 김정은시대 본격 선포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는 집권 5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 시대 개막을 본격 선포하는 자리다. 우리 정부 당국과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대표 브랜드인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국가 통치전략으로 재천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 위원장이 내세운 주체사상이나 선군 사상을 잇는 계보다. 이미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2012년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문화했지만, 북한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번 당 대회에서 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이를 국가 비전으로 확고히 다지는 의미가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경제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체제의 한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핵은 일종의 프로파간다로서, 결코 버릴 수 없는 카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중장기 경제 발전계획을 발표하거나, 인사 분야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위세력 구축을 통해 장기적인 김정은 시대의 기반을 확고히 하는 수순이다.

‘핵 선제 불사용ㆍ핵 모라토리엄’ 국면 전환 가능성

북한의 태도 변화를 판가름 하는 잣대는 향후 핵 무기를 어떻게 운용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에 있다. 이른바 김 위원장의 핵 독트린이다.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이 북한 내부 결속을 겨냥한 구호라면, 핵 독트린은 미국 등 국제사회에 보내는 대외용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정성윤 통일부 북핵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은 “핵이 자위적 수단이며 미국 위협이 없는 한 쏘지 않겠다는 ‘선제적 불사용 원칙’을 발표, 현재의 제재 국면을 회피 또는 우회하는 유화정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당 대회 이후 핵 모라토리엄(유예)을 전격 선언, 출구 모색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 동안의 핵 개발을 모두 동결할 테니 평화협정 문제 등을 논의하자며 대화공세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번 당 대회 전후로 예고된 추가 핵실험을 단행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진정성을 보이면, 중국 러시아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인정하고 본격적인 대화를 주선할 수 있다.

북한이 이 같은 국면 전환을 원하면 당 대회에서 발표하는 대남ㆍ대외 메시지에서 평화를 키워드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전격적인 대남 제의, 중국을 향한 대화 중재 요구, 미국을 향한 대화 구애 등이 거론된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분단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나간다는 인상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재에도 끄덕 없다”출구 없는 마이웨이

정반대로 북한이 공세적인 핵 독트린을 선택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북한은 선제타격 등을 운운하며 대북 제재 국면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내보이고 있다. 협상 국면에 대비해 몸값을 키우기 위해 도발적 성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게 낫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정성윤 자문위원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태를 지속하는 것을 보면, 우세한 핵 전력을 바탕으로 모든 비용도 다 떠안고 가겠다는 핵 강압 외교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 경우 추가 핵실험이 단행되고, 대북 제재 국면은 더욱 강화돼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은 요원해지게 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당 대회 자체보다는 당 대회를 전후로 핵실험을 할지 말지가 중요하다”며 “유예하면 대화 국면이 빨라질 수 있고, 강행하면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빙하기에 접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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