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협상 결과가 성패 영향”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지목돼 조만간 용선료(선박 사용료) 인하 협상에 나서야 하는 한진해운에 정부가 협상 마감까지 3개월의 시한을 주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7월 말이나 8월 초까지 용선료 협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보내 청산 수순을 밟게 하겠다는 것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용선료 협상의 시한을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시점으로부터 최장 3개월로 잡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월부터 용선료 협상을 시작한 현대상선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채권단이 해외선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없어서 한진해운이 3개월 내 용선료 협상을 마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시한을 5월 중순까지로 못 박았다.
앞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들은 해운 경기가 활황이던 2010년 고가의 용선 계약을 맺었는데, 해운업황 악화로 운임이 하락하며 최근 몇 년간 배를 띄우면 띄울수록 적자가 커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채권단은 양대 해운사가 용선료를 평균 30% 정도 깎아야 회생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채권단 관계자는 “100%에 가까운 해외선주와 20~30% 인하 협상에 성공해야 자율협약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이번 주 안에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에 동의할 경우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은 오는 7월말이 된다.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던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계획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돼 현재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은 먼저 진행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영국 그리스 싱가포르 등지의 해외선주 22곳과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면 한진해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진해운은 해외선주들로부터 빌린 선박 수가 현대상선보다 1.5~2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줄다리기를 해야 할 해외선주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의 대가로 무엇을 얼마만큼 내줄 수 있느냐에 협상 성패가 달렸다는 것이 해운업계 시각이다. 해외선주들은 한진해운과 비슷한 상황인 현대상선에 인하 대가로 주식(출자 전환)이나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선주들 대부분이 펀드를 모아 배를 구입한 뒤 선사에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대가 없이 깎아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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