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에 손 댔다 탕진
장례비 없어 시신 비닐에 싸
훔친 차에 싣고 다니다 적발
부동산 경매 등에 손을 댔다가 실패해 가산을 탕진한 박모(60)씨는 아내와도 이혼, 수년 전부터 경기 의정부에서 홀어머니(86)와 단 둘이 살았다. 어머니 명의의 집까지 경매로 날린 박씨는 마땅한 수입이 없어 심각한 생활고를 겪었다.
박씨는 과거 수백만 원을 꿔준 지인들을 찾기 위해 올 초 노모를 데리고 전남 여수로 내려가 한 저수지 옆에 움막을 지어 한달 정도 머물며 이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노모는 추위와 달라진 환경 등에 적응하지 못해 2월26일쯤 숨졌다.
박씨는 장례식장 등에 장례절차 등을 문의했으나, 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 임종한 노모의 귀와 코를 막는 등 간단한 염만 한 뒤 시신을 움막에 둔 채 채무자와 일거리를 찾아 다녔다. 이 과정에서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했던 박씨는 의정부에서 지인의 카니발 승용차를 훔쳤다.
경북 울진에서 그물보수 일거리가 나왔다는 또 다른 지인의 연락을 받은 박씨는 지난 15일 어머니의 시신을 비닐에 싸 훔친 차량에 태우고 이동하다 이틀 만인 17일 경찰에 붙잡혔다.
의정부 경찰서는 노모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2개월 가량 시신을 방치한 혐의(사체유기 등)로 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씨는 “장례라도 제대로 치러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망신고 등을 하지 않았다”며 “일용직 일이라도 해 장례 비용을 마련하려 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경찰은 노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자연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받고 박씨의 여동생을 수소문, 지난 주말 노모의 장례를 치르도록 도왔다.
경찰 관계자는 “딱한 사정을 감안해 사용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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