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히어로들에 맞서 일당백으로 싸워야죠.”
배우 이제훈(32)의 어깨가 무겁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등 12명의 슈퍼 히어로들로 무장한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시빌 워ㆍ27일 개봉)때문이다. 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 2’와 ‘특별수사’가 ‘시빌 워’를 피해 잇달아 개봉을 미뤘고, 이제훈이 주연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탐정 홍길동ㆍ5월 4일 개봉)만이 유일하게 일정을 늦추지 않고 정면 승부를 걸었다.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다른 영화들은 모두 개봉을 안하고 우리 영화만 하더라”며 웃었지만 “엄청난 히어로들이 나오는 ‘시빌 워’에 내가 일당백으로 싸워야 하나 부담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탐정 홍길동’에서 이제훈이 맡은 홍길동도 절대 악과 맞서 싸우는 영웅이다. 영화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이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홍길동을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이자 사립탐정으로 변신시켰다. 할리우드 히어로들과 충무로의 영웅이 극장가에서 흥행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홍길동은 일반 영웅물과는 다릅니다. 어릴 때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폭력적이고 사악한 면이 있는 영웅이죠. 하지만 싸움도 못하고 체력도 약해요. 영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뻔한 예상을 피해간 인물이라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이제훈의 말처럼 ‘탐정 홍길동’은 적을 향해 사정 없이 총질을 해대고, 철선 등을 절단하는 공구인 니퍼로 상대의 손가락도 자르는 잔인한 인물이다. 적을 처단하고 난 뒤에는 “감히 겁도 없이, 이 홍길동님에게 덤빈 벌이다”며 혼잣말을 읊조리는 코믹한 면도 있다.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의 자유분방한 영웅 데드풀과 닮아 있고,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에 대한 복수심을 지닌 채 절대 악으로 변질된 공권력과 충돌하는 모습에선 영웅 배트맨의 고뇌와 맞닿아 있다. 이제훈 역시 “홍길동은 배트맨의 고뇌와 함께 ‘데드풀’이나 ‘킹스맨’의 주인공처럼 친근한 영웅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복합적인 인물인 홍길동을 연기한 이제훈은 “그동안 받아 온 시나리오 중에서는 처음 보는 인물”이라며 “도전적인 캐릭터”라고 했다. 조성희 감독과는 속편까지 이미 염두에 둔 모양이다. 그는 “후속편이 나온다면 이번 영화는 ‘홍길동 비긴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흥행이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후속편을 만들려면 500만명 이상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제훈이 미제 사건 전담팀의 프로파일러로 활약했던 tvN 드라마 ‘시그널’도 시청률 10%를 넘기며 인기를 모았고, 시즌2 방영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시그널’도 (김은희)작가님만 가능하다면 저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후속편을 만드는 건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죠.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영화나 드라마의 후속편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만약 같은 시기에 ‘시그널’과 ‘탐정 홍길동’의 후속편 제작이 확정돼 다시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어떨까. 그는 주저 없이 “혼신을 다해 두 작품 모두 해낼 것”이라고 답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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