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66) 시도그룹 회장이 실체 없는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운영하는 해외 투자법인의 900억원 상당 부동산과 주식을 세무당국이 압류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성백현)는 권 회장이 실소유한 홍콩 법인 ‘멜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멜보)가 자산 압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반포ㆍ서초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권 회장은 2011년 세무당국이 종합소득세 등 2,774억원을 부과하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국세청은 소송 진행 중 2013년 멜보가 보유한 897억여원의 국내 부동산과 주식을 압류했다. 권 회장의 소득세가 확정될 때 멜보의 자산을 팔아 국고로 회수하기 위해서다. 이에 멜보는 2014년 “권 회장은 멜보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소송으로 맞섰다. 조세회피처 바하마의 페이퍼컴퍼니 ‘오로라멜바홀딩’(오로라)가 멜보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 회장이 명의신탁을 통해 실질적으로 ‘오로라’ 주식 100%를 보유한 것을 근거로 멜보의 실질적으로 소유자로 판단, “멜보가 권 회장의 국세체납에 대한 2차 납세의무를 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국내 자동차 회사에 다니다 1990년 일본에서 해운업을 시작했으며, 배 160여척을 보유해 ‘선박왕’으로 불렸다. 시도상선의 자산은 10조원대이며, 권 회장 개인 자산도 1조원대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2011년 역대 최고액인 4,101억원을 추징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2,300억원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올해 2월 2억여원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에 대한 행정소송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아직 추징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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